'악마의 밀짚모자 벙커'로 유명한 서호주 퍼스의 준달럽골프장을 다녀왔다.
호주의 서쪽 끝의 퍼스는 전체 면적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의 주도다. 하지만 동호주에 발달된 해안 도시들의 그늘에 가려져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각광 받지 못했다. 서쪽에 홀로 떨어져 마치 고립된듯한 퍼스는 그러나 아름다운 스완강에 둘러싸여 있고, 수많은 포도밭과 무성한 숲이 도시와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석회암 지대에 자리 잡은 이 코스에서는 '우연'이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잘 친 샷은 우대를 받지만 잘못 친 샷은 반드시 징벌을 받게 된다. 절벽을 넘고 물을 가로질러야 하며, 때로는 깊은 벙커를 피해야 하는 장애물 천지의 난코스다. 페어웨이 역시 평평한 곳이 없고, 요철 투성이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밀짚모자 벙커는 일단 피칭웨지로 탈출이 급한 악마의 벙커다. 욕심을 부리다간 몇 타 만에 빠져나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필자도 이곳에 빠져 몇 번을 허우적거린 통에 생각만 해도 겁에 질린다. 골프장을 나오면서 아쉬움과 함께 당장 연습장으로 달려가 샷을 다듬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