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광명의 한 감자탕집에서 2년째 하루 10시간 씩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송혜숙(52)씨. 시급은 4000원. 한 달에 120만원을 손에 쥔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이다. 송 씨는 "여러 식당을 전전하지만 최저임금 지키는 사장은 본 적 없다"며 "이정도면 만족한다"고 했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는 박준수(가명 ·19)군. 고교를 중퇴한 뒤 하루에 8시간씩 배달 알바를 하며 시간당 3800원을 번다. 이곳도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다. 박 군은 그러나 "음식점 배달 자리는 시급이 그나마 제일 높은 곳이라 주인에게 따질 수 없다"고 했다.

오는 29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앞두고 노사 간 최저임금 힘겨루기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최저임금 기준에 대한 노사 간 시각차는 크다. 양대노총,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 시급 4320원으로 25.2% 인상된 5410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러나 이 수준은 지난해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226만45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국민의 58%가 최저임금이 55000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동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계는 2007년과 2008년 동결, 2009년 5.8% 삭감, 2010년 동결 등 최저임금 요구안을 제시해왔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기 보다는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특히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하투 확전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대다수는 간접 고용된 노동자나 영세 사업장 노동자"라며 "6월 내내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최저임금 현실화를 지지하는 '인증샷'놀이를 통해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저심의위원회 내부에서조차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회의에선 일부 위원들이 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 임명에 불만을 갖고 퇴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박 교수가 지난 2월 발간한 한 보고서가 문제 됐는데, 한국의 최저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통상임금을 1로 봤을 때 0.418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OECD 21개국 중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 아일랜드, 벨기에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반면 최근 김유선 한국 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최근 펴낸 '최저임금 수준 평가와 고용효과' 보고서를 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한 결과 OECD 19곳 가운데 16위로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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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11%로 2011년(4.3%)보다 7.2%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지 악덕 업주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최저임금을 못 받더라도 일 하겠다는 근로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정부는 최저임금제를 물가와 연결해 읽고 있지만 입장이 명쾌하지는 않다. 지난 4월 8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지난 4월 최저임금위원회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최저임금은 법정근로 50여가지 항목과 연계되어 있다"면서 "이를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돼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되며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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