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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거리로 나선 도쿄 시민들 "원전 폐쇄하고 안전한 나라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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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도쿄도 신주쿠구 도교도청 앞 중앙공원 광장에서 6.11 탈원전 집회를 열었던 시민들이 신주쿠 대로를 따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도쿄도 신주쿠구 도교도청 앞 중앙공원 광장에서 6.11 탈원전 집회를 열었던 시민들이 신주쿠 대로를 따라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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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일본 센다이 대지진 발생 100일을 엿새 앞둔 1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는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본에서 보기 드문 규모로 열린 이날 시위에는 유모차를 끌고나온 어머니부터 70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 이들은 도쿄전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쿄도(東京都) 신주쿠구(新宿區) 신주쿠중앙공원 광장에는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오후 2시쯤에는 약 1만명의 시민(경찰 추산)들로 광장이 가득 찼다. 집회는 인디밴드의 공연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원자력발전 중단하라' '후쿠시마 사태는 제 2의 히로시마' '핵정책 말살하자' '도쿄전력 문닫아라'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싶다' '우리의 2세에겐 죄가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60년대 말 학생운동(전공투) 시절의 데모 이후로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시자와 나오야(70)씨는 "이번 사태는 원전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한 지도층이 일으킨 사건이고 원전이 계속 가동되는 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오후 4시쯤에는 광장을 출발해 시내 대로를 통해서 신주쿠 중심지인 알타빌딩 앞 광장으로 행진했다. 2살 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우리 아이는 무슨 죄인가"라며 "아이가 있으면 우리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여고생 요시모토 준이치 양(17)은 "4ㆍ11과 5ㆍ11 집회 때도 참여했다"며 "가뜩이나 지진도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중단되고 안전한 나라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3월11일 지진 발생 이후 4월11일과 5월11일에도 시위가 있었지만 지진 발생 100일을 앞둔 이날 시위는 그동안의 힘이 결집된 모양새였다. 참가인원이 가장 많았고 시위가 허가된 6시쯤이면 끝나던 시위가 밤 9시까지 이어졌다.

한편,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도쿄전력이 언론까지 통제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토 히로야마(37ㆍ남)씨는 "정부는 국민에게 무기나 다름없는 원전을 폐쇄할 능력이 있지만 도쿄전력 때문에 원전을 포기하지 못한다"며 "도쿄전력의 자본이 그렇게 무섭다면 차라리 세금을 더 거두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나카하라 이포씨는 "도쿄전력은 현재 방송사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협찬을 하는 거대한 스폰서"라며 "대다수의 보도프로그램에서 시위 목소리는 잘 다루지 않으면서 자꾸 안심만 시키려 든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 500여명이 통제한 가운데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일본에서는 보기드문 규모로 열려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반증했다. 시가행진을 지켜본 나라하시 요이스케(31ㆍ남)씨는 "어쩌다 몇십명이나 몇백명 정도 모여 신사참배 문제 등으로 시위하는 경우는 봤지만 이런 대규모 집회는 오늘 처음본다"며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11일 오후 4시께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도쿄도청 앞 광장에서 6.11 탈원전 집회를 벌였던 시민들이 신주쿠 알타빌딩 앞 광장까지 시가행진을 한 뒤 북과 드럼, 트럼팻 등을 연주하며 시위하는 모습.

11일 오후 4시께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도쿄도청 앞 광장에서 6.11 탈원전 집회를 벌였던 시민들이 신주쿠 알타빌딩 앞 광장까지 시가행진을 한 뒤 북과 드럼, 트럼팻 등을 연주하며 시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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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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