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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의 책 20편]"史記를 읽으면 현재를 보는 눈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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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의 책 20편]"史記를 읽으면 현재를 보는 눈이 밝아진다"
김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이 말하는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과하지욕, 배수지진, 다다익선, 토사구팽. 지금까지도 빛을 발하고 있는 고사성어다. 놀랍게도 이 말들을 만들어낸 인물은 단 한 사람이다. 고조 유방을 도와 초패왕 항우를 누르고 한나라 왕조를 만들어냈지만 결국에는 숙청된 회음후 한신이다.

과하지욕(跨下之辱, 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 젊은 시절의 한신은 늘 칼을 차고 다녔지만 가난했고 이뤄낸 일이 없었다. 그는 시장에서 "용기가 있다면 검으로 나를 찌르고 없다면 가랑이 밑을 기어라"는 백정의 모욕에 가랑이 사이를 무릎 꿇고 기었다.

배수지진(背水之陣, 물을 등에 지는 퇴로 없는 진법). 이런 세월을 거쳐내고 군대를 이끌게 된 한신은 조나라를 치면서는 병법에서 금하는 방법으로 이긴다. 배수진에는 퇴로가 없고 갈 곳 없는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이렇게 한신은 전장에서 거듭해서 이겼다. 유방의 한나라는 한신의 이런 활약이 있었기에 비로소 천하를 제패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한신은 황제 유방에게 당신은 고작 10만명을 이끌면 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신 자신은? 황제의 물음에 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대답한다. 긴 세월 전장을 누빈 한신의 강한 자신감이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교활한 토끼가 죽고 나면 사냥개도 잡혀 삶아진다). 한나라 건국의 가장 큰 공신이었지만 한신은 결국 죽임을 당한다. 항우라는 강적이 사라지자 이내 시골 초나라 땅으로 쫓겨났고 결국은 반란을 도모하다 목이 잘린다. 그렇게 죽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처지를 사냥개에 비유했다.

미천한 출신으로 난세를 풍미하며 영웅으로 성장했지만 마침내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이 한 사람의 얘기는 지금도 인생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사기'에는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신세가 처량해졌을 때 떠나간 식객들을 다시 받지 않겠다는 맹상군. 그에게 "부귀하면 모여들고 빈천하면 떠나는 것은 본래 그러한 일"이라고 조언하는 식객 풍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바람은 소슬하고 역수는 차디찬 데 장사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노래를 남기고 진시황을 암살하러 떠나는 자객 형가.

치욕적인 궁형(宮刑)을 당하고도 기어이 살아남아서 꺾이지 않는 의지로 역사서를 써낸 지은이 사마천.

책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은 인간 삶의 원리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다.

사기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난세와 치세가 엇갈리는 가운데 치욕과 영광이 교차하고 삶과 죽음이 명멸하는 기나긴 시간. 그 역사를 사마천이 책 읽어 공부하고 현장에서 들으며 써낸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조직 안에서 관계 맺으며 배워야 할 것들이 담겨있다.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왕의서재)는 이런 사기의 이야기를 '권력과 인간' '리더와 리더십' '인간관계의 토대' '흥망의 조건' '인간관계의 '삶의 질과 유머' '사기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 등 15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쉽게 전해준다.

그동안 다른 번역서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지만 인간이면 누구나 고민하는 죽음의 문제나 인생의 깊이를 아는 자들이 구사했던 유머, 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부와 부자들 그리고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다룬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너무 깊고 어려워서 쉽사리 '사기'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젊은이들에게 이 한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 김준영 성균관대학교 총장 >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왕의서재/김영수)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왕의서재/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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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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