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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앞으로도 나올 모습들이 무수히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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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 “앞으로도 나올 모습들이 무수히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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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늘 가면을 쓰는 이들이다. 그래서 브라운관과 스크린이라는 창이 사라진 곳에서 만난 그들의 모습은 때로 머릿속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비껴나간다. 김해숙과의 만남도 그랬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서 그녀를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하고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로 애교를 부리던 영화 <마마> 속 옥주의 잔상이 남아서일 수도 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저 젊고 세련된 여성이 ‘국민 엄마’라 불리는 김해숙이라니, 좀 놀라웠다. 실제 모습은 ‘카리스마 있는 큰 언니’라는 인상이 더 강한 김해숙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딸과 아들을 온 마음으로 품고 보살피는 ‘넉넉한 엄마’로 기억되는 이유를 그녀와의 대화에서 발견했다. 연기 외엔 별다른 취미 생활도 없고, 연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거기서 에너지를 얻고 그 힘으로 살아가는 ‘프로페셔널’ 한 배우 김해숙을 만났다.


<#10LOGO#>처음 <마마>에 캐스팅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너무 당연해서 그다지 놀랍지 않았습니다. ‘마마’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시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좀 놀랐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게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연기하신 옥주가 상당히 귀여우시더라구요.
김해숙:
아하하하하. 고마워요.
<#10LOGO#>사실 <마마>라는 작품 자체는 좀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소 철부지 같지만 애교 많고 소녀 같은 엄마 옥주와 아들 승철(유해진)의 유쾌하면서도 애틋한 모자 관계가 영화의 헐거운 부분을 메워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캐스팅 제의를 받고 옥주를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해숙: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참 좋았어요. 세 엄마와 딸, 아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로 연결해서 풀어나가는 게 진짜 세상사는 얘기 같았고, 개인적으로도 옥주 캐릭터가 굉장히 좋았어요. 왜냐하면 옥주는 그 나이에도 굉장히 밝고 아직도 여자의 꿈을 갖고 있고 소녀 같잖아요. 그렇다고 엄마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자식을 남편 같이, 애인 같이 대하는 모습이 마냥 철부지라기보다 소녀 같아서 귀여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어머니 상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옥주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 있었어요.

“제 안에도 여러 엄마들이 있어요”


김해숙 “앞으로도 나올 모습들이 무수히 있을 것 같아요” 원본보기 아이콘

<#10LOGO#>말씀하신 것처럼 <마마>에서 옥주의 소녀 같은 면모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유방암 선고를 받아 한 쪽 가슴을 도려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짝짝이야. 찜질방도 다 갔어야”라고 슬퍼하다, 결국 첫사랑 오빠를 만나기 전에 보톡스를 맞는 해프닝까지 벌이는데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녀같이 귀엽고, 또 어떤 면에서는 주책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역할입니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전히 여자이고 싶은 옥주의 마음에 공감하셨나요?
김해숙:
실제로 제 주위에도 옥주처럼 솔직하고 소녀 같고 명랑한 엄마들이 있어요. 그렇게 밝고 즐겁게 살아가시는 어머니들이 많아요. 그리고 옥주가 ‘언제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하는 회한을 갖고 혼자서 울잖아요.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니까 지나온 자기 세월, 나이에 대한 그런 마음을 알아요. 그런데 옥주는 거기에 빠져 있지 않고 첫사랑을 찾고자 하는 여자잖아요. 그런 게 작고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이 여자는 그걸 통해서 슬픔을 딛고 거기서 희망을 갖는 모습이 좋았어요.

<#10LOGO#>전작인 영화 <친정엄마>와 이번 <마마>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꽤 장성한 자식을 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는 반면, 딸에게 무조건 헌신적인 엄마와 효자인 아들에게 은근히 기대도 하고 의지하는 엄마라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기도 합니다. 스스로는 어떤 엄마에 더 감정이입이 되시나요?
김해숙:
저는 둘 다 사랑해요. 배우란 나한테 ‘맞다, 아니다’를 생각하는 것 보다 그 역할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나 그 속에는 모든 엄마가 다 있지 않나 싶어요. 제 안에도 여러 엄마들이 있어요.
<#10LOGO#>‘국민 엄마’라 불리실 정도로 엄마 역할을 많이 맡으셨는데 그 중에서도 영화 <박쥐>와 <무방비도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 작품에서는 단순히 주인공의 엄마가 아닌 캐릭터가 선명하게 부각되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 배우 입장에서도 연기하는 맛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방비도시> 이후 한 인터뷰에서 그 역할 자체가 쾌락이고 도전이었다는 말씀도 하셨구요.
김해숙:
그랬어요. <무방비 도시>의 강만옥이라는 역할을 할 때도, <박쥐>의 라 여사를 연기할 때도 항상 새로운 도전이었고 새로운 엄마였어요. 그래서 배우로서 너무 즐거웠고. 사실 <박쥐>의 라 여사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잖아요. 그런 연기를 하면서 저도 몰랐던 제 안의 모습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무수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역할을 맡으면 항상 흥분돼요. (웃음)

<#10LOGO#>이번에 <마마>의 옥주를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인물들이 있는데, 명랑하고 애교가 많은 사람이라는 점에선 KBS <부모님 전상서>의 옥화나 SBS <작별>의 정임 같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옥주 같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해숙:
<작별>의 정임은 애교가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지만 옥주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옥주는 자기 소신이 있어요. 아들을 사랑하고 믿으니까, 아들을 애인처럼 생각해서 애교도 부리지만 또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여자예요. 결국 마지막에는 아들의 엄마로 남잖아요. 그에 비해 정임이는 귀엽긴 했지만 좀 더 철이 없었죠. (웃음)

<#10LOGO#>같은 엄마 역이라도 영화와 드라마는 다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짧지만 캐릭터가 강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신 드러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짧은 반면, 드라마는 캐릭터의 폭은 한정적일 지 몰라도 영화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등장할 수 있고, 그만큼 캐릭터를 설득할 수 있잖아요.
김해숙:
그런 차이도 있고, 특히 드라마는 사회적인 제약이 있어요. 드라마는 틀면 나오고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도리랄까 윤리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드라마에서는 표현될 수 없는 것도 가능하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무방비 도시>나 <박쥐>의 그런 엄마들이 나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LOGO#>그럼 배우로서 연기를 하실 때도 영화 쪽에 좀 더 애정이 가는 편이신가요?
김해숙:
그건 아니에요. 저는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사랑해요. 드라마는 드라마다운 매력이 있고 영화는 영화의 매력이 있어요. 물론 제가 나이가 어린 배우였다면 또 다르게 얘기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드라마도 영화도 모두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어요.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이 다 좋고 다 나쁠 수는 없지 않나요? 다 장단점이 있어요. 특히 저는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드라마를 많이 사랑하고 아껴요.

“같이 공연했던 아이들이 지금 다 톱스타가 되었어요”



<#10LOGO#>지난 해 종영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민재 같은 경우도 아주 현실적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엄마였습니다. 여러 역할 중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민재가 본인과 가장 닮았다고 말씀하신 것도 보았습니다.
김해숙: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닮았다고 말했던 부분은 저는 배우고 그 엄마는 요리연구가지만 굉장히 바쁘게 살고 자기 일도 사랑하면서 가족애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일을 한다고 해서 가족이나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굉장히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고. 그런 모든 것들이 저랑 굉장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너지가 많으니까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본인이 사랑한다고 해도 에너지가 없으면 힘들죠. 물론 그 에너지는 또 내가 연기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 열망으로 충전이 되는 것이지만요. 민재도 자기 일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 일을 놓칠 수 없고, 또 가정도 사랑하니까 그 모든 것을 다 해냈고. 그런 가족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이 에너지가 넘치게 되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10LOGO#>앞서 말씀하셨듯이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사회적인 제약이 있어 표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는 송창의 씨가 연기한 큰 아들 캐릭터를 통해 드라마지만 그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돌파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데는 선생님이 연기하신 김민재 여사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해숙:
그 때는 정말 되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라고 자문했을 때 저라면 이해할 것 같았어요. 그 마음을 바탕으로 연기했어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그 부분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을 한 이유가, 그들은 자기들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들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고 어느 누구의 똑똑하고 소중한 아들, 딸이고 내 자식일 수도 있는데, 단지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경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연기하면서 어떤 의무감 같은 걸 느꼈어요. 공중파 드라마라는 건, 누구나 틀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 배워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성애를 드라마의 흥행 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가장 깊이, 현실적으로 그들의 아픔을 진솔하고 정확하게 그려내 주셔서 그걸 본 분들 중에 이해 못 하셨다가 이해하신 분들도 계셨고 그 사람들이 마음이라는 걸 많은 분들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제 자식이 만약 그랬어도 저도 안아줬을 거예요. 그 때는 김민재가 돼서 내 아들을 안았어요. 민재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서 참았지, 아마 김해숙이었으면 훨씬 더 펑펑 울었을 것 같아요.

<#10LOGO#>배우이기 때문에 스스로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이나 상황도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모든 것이 ‘진짜’였군요.
김해숙:
저는 그래요. 그리고 제가 항상 주장하는 배우로서의 연기관은 어떤 계산이나 이런 상황이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 인물에 가장 가까워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됐을 때 진짜 연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할 때는 제 자신이 민재가 되어 민재로 살았던 것 같아요.

<#10LOGO#>‘국민 엄마’는 영광스러운 호칭이지만 아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많은 한계가 있지만 최근에는 선생님 또래의 여배우들도 누군가의 엄마로만 정의되지 않는 역할을 맡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윤여정 선생님이 특히 그렇고, 최근 MBC <로열패밀리>의 김영애 선생님도 카리스마 있는 재벌 총수 역을 하셨구요.
김해숙:
점점 그런 역할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저도 MBC <하얀 거짓말>에서 재벌 총수도 해 봤고, KBS <진주목걸이>에서는 공연기획사 사장도 해봤고. 영화가 드라마에 비해 문이 좀 안 열렸는데 이제 영화도 그게 좀 열리는 것 같아요.

<#10LOGO#>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해오셨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 같은 작품에서 연기했던 사람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으실 것 같아요. 젊은 시절에 상대역으로 만날 때랑 나이가 들어서 함께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김해숙:
인간으로서 ‘아, 우리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건 있어요. 옛날엔 지금 젊은 아이들이 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그 애들 엄마, 아빠 역할을 하니까 그런 느낌이 있어요. 우리도 사람이니까. (웃음) 그렇다고 젊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이미 나이는 먹었으니까 특별히 어떤 감정인 건 없고 그냥 만나면 반갑고 좋아요. 그리고 우리는 프로페셔널 한 직업이잖아요. 저는 배우가 직업인 사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0LOGO#>프로페셔널이라는 관점에서 보시면 선배 배우로서 요즘 젊은 배우들은 우리랑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으세요? 그리고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신은경 씨를 칭찬하셨는데, 그렇게 참 괜찮다 싶은 후배 배우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김해숙:
전 요새 아이들이 참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난 배우들은 다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하는 배우였고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저는 상대 배우를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어른이기 때문에 먼저 사랑을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저한테 줄 수가 없어요. 그렇게 함께 하는 배우를 마음으로 먼저 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연결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그 많은 아이들을 다 사랑하고 있고, 그 중에 누구 하나를 꼽으라는 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웃음) 그래서 같이 공연했던 배우들 중에는 제 눈에 난 배우는 없었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지금 다 톱스타가 되었어요. 다들 연기도 잘 하고 있고 자기 몫들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LOGO#>딸을 둔 엄마일 때와 아들을 둔 엄마일 때 느낌이 좀 다르신지도 궁금합니다. 실제로는 따님이 두 분 계신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딸과 연기하는 게 더 편한가요?
김해숙:
자식이 딸인지 아들인지는 부모한테는 상관없는 것처럼 연기할 때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가 딸을 둬서 더 편하고 그런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는 아들도 재미있어요. 저도 모르게 엉덩이도 때리고 진짜로 머리도 때리고 그렇게 되는데 되게 편하더라구요. 실제로 아들이 없으니까 작품 속에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어요.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10LOGO#>따님에게는 어떤 엄마세요?
김해숙:
보통 엄마예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딸이 지금은 서른 둘, 셋인데 딸들도 이제는 나이가 드니까 의논 상대도 되고, 그런 점이 참 좋아요. 제 어머니는 너무 엄하셨기 때문에 저는 너무 엄하기만 하기 보다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안 되는 일은 확실하게 안 된다고 말하는 엄함과 편함이 같이 있는,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10LOGO#>선생님의 어머니가 엄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 홀로 선생님을 키우시면서도 품위나 자존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이셨다고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이번 <마마> 시사회에서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엄마 역할을 많이 하셨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김해숙:
남들이 저를 볼 때, 어릴 때부터 제가 무남독녀 외동딸이라는 아무도 안 믿었어요. 어머니의 강한 모습들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저 역시 강한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어머니를 훌륭하신 분이라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이유기도 하고. 시사회 때 눈물을 보인 건, 저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시집 간 딸들은 친정 엄마 소리만 들어도 울컥 하잖아요. 사실 그런 마음을 그 때 그 때 표현해야 하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모녀 관계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딸들이 그렇고 또 모든 엄마들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도 저희 어머니는 저 나갈 때 밥 챙겨 먹어라, 차 조심해라 하시거든요. 제가 듣는 걱정이 우리 딸한테 하는 걱정과 똑같아요. “아, 엄마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 말을 하세요” 라고 하면 “너도 나이가 들어봐라. 다 똑같다” 라고 하시던데 제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웃음)

<#10LOGO#><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나오셔서 TV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배우나 연기가 아닌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김해숙:
처음이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는 안 나갔으니까. 사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제가 너무 예능에 안 나가니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고 하시고, 무엇보다 그 프로그램은 진솔해 보였어요. 예능이지만 일단 가장 토크쇼다운 토크쇼였고 김승우 씨가 배우였고. 한 번 쯤은 나가서 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보니까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제가 말을 잘 하는 것 같아도 웃기는건 못 하고 또 의외로 솔직한 부분이 있어서 걱정했거든요. 저하고 잘 맞을 것 같아서 나갔는데 많은 분들이 놀라기도 하시고, 웃기도 많이 웃으셨다고 하더라구요. 다행히 시청률도 잘 나왔고. (웃음)

<#10LOGO#>그 프로그램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셨지만 사업 실패 이후 죽음을 결심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셨다는 이야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는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김해숙: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솔직하지 않으면 거기에 나간 의미가 없고, 저에 대해 궁금해 하신다니까 솔직하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어려운 일을 겪었어도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어서 그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주변에도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보고 많이들 놀라셨어요.

<#10LOGO#>어린 시절에 피아노를 오랫동안 하셨고 가끔 작품 속에서도 직접 연주하신 적 있으신데 요즘도 연주하세요?
김해숙:
피아노는 고등학교 1학년 즈음까지 하다가 그 이후로는 손을 놔 버렸고 거의 안 만졌기 때문이 지금은 정말 잊어버렸어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 다시 피아노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늘 연기만 사랑하고, 집하고 연기밖에 모르니까 취미 활동을 할 시간도 별로 없어요. 일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하고, 집에서는 또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나름 엄청 바빠요. (웃음) 음악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운동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정적인 것을 좋아해서 밖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의외로 즐기지 않거든요.

<#10LOGO#>배우가 아닌, 엄마가 아닌, 자연인 김해숙의 시간에는 어떤 일들을 하실까 궁금했었는데 그런 시간 자체가 거의 없으시네요.
김해숙:
정말 한심해요. 진짜 언제 한 번은 이게 옳게 사는 건가 싶어서 한 동안 우울증이 올 정도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도 없고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하다 보니까 ‘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사람이고, 남들이 다른 데서 즐거움을 찾을 때 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데 이것보다 더 좋은 게 뭐가 있냐’ 싶더라구요. 물론 집에 있을 때는 TV도 보고 음악도 들으면서 지내요. 영화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TV에 영화 채널도 많으니까 이러 저리 돌리다 재미있을 것 같으면 보기도 하고.

<#10LOGO#>차기작인 영화 <도둑들>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전설적인 절도범, ‘씹던껌’ 역할이라고 들었습니다. <무방비도시>에서도 소매치기 계의 대모 역할을 하셨지만,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려질 것 같은데요. 홍콩 배우 임달화 씨와 로맨스도 있다고 하구요. 어떻게 준비 중이세요.
김해숙:
엄청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저 역시 굉장히 흥분돼요. 프로페셔널 한 도둑들 중 한 명인데 아직은 캐릭터 분석 중이에요. 워낙 대작이라 많은 준비가 필요해서 아직 본격적인 단계는 아니에요. 제가 박찬욱, 최동훈 감독님 두 분을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박찬욱 감독은 팬이었고, 작업하고 싶었는데 <박쥐>에서 할 수 있었고, 최동훈 감독님도 꼭 한 번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진짜로 같이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기뻐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에 설레고, 또 그 만큼 완벽한 변신을 해야겠지요. 지금은 <도둑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워낙 대작이고 기대작이라 다른 건 생각할 여력이 전혀 없어요.

<#10LOGO#>배우이기에 아무리 많은 역할을 했어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만족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배우로서 선생님이 처한 환경이나 나이, 성별을 이 모든 것을 다 놓고 생각한다면,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싶으세요?
김해숙:
저는 제가 해보고 싶은 연기, 누구랑 어떤 작품을 한다는 것 보다 제 자체, 김해숙이라는 배우로서 보여 질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굉장히 광범위한 이야기인데, 굳이 어떤 역할이나 장르로 규정짓기보다 배우 김해숙의 존재가 확실하게 보여 질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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