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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프로야구단 공동 유치, 그 이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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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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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전주시가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과 함께 프로야구단 유치를 선언했다.

전주시는 2일 오전 전주시체육회 회의실에서 프로야구단 유치를 향한 첫 발을 뗐다.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 등 3개 도시 공무원 및 체육회, 야구협회 임원들과 함께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머리를 맞댄 건 전주시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전주시는 지난 4월 11일 민생경제 조정회의에서 프로야구단 창단을 처음 검토했다.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은 “시민들의 야구단 창단에 대한 여론이 강하다. 그 가능성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비전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시했다. “최근 엔씨소프트를 출범시킨 창원시를 비롯해 8개 구단 연고지들의 현황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전주시는 이내 세 도시를 상대로 물밑작업을 벌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창단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KBO는 연고도시 내 인구 기준을 100만 명 이상으로 규정한다. 전주시는 64만 3499명(이하 4월 30일 기준)으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극복할 카드는 유일했다. 인근 도시들과의 공동 유치였다.

송하진 시장은 그 선봉에 섰다. 직접 문동신 군산시장, 이한수 익산시장, 임정엽 완주군수 등을 따로 만나 프로야구단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돌아온 답변은 모두 긍정적이었다. 전주시 관계자는 “수장들의 의견이 이미 하나로 모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세부사항 조율을 위한 실무진의 논의 단계로 넘어와 2일 그 첫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주에 세 도시의 인구가 더 해지면 조건은 충족되고도 남는다. 익산시와 군산시는 각각 30만 7391명과 27만 3658명이다. 완주군은 8만 4857명이다. 전주시의 인구가 더 해지면 그 합은 130만 9405명이 된다. KBO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엔씨소프트의 연고지 창원시(110만 5503명)보다도 20만 명이 더 많다. 군산시의 경우 새만금 개발 사업으로 향후 더 많은 인구의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조율이다. 2일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은 크게 5가지. ▲4개 시·군 공동 연고도시 추진 ▲경기장 확보방안 ▲유치추진위원회 구성 ▲주민의견 수렴 ▲연합도시공동연고합의서 등이다. 아직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 4개 도시 모두 프로야구단 유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다. 그 걸림돌은 과연 무엇일까.

송하진 전주 시장(가운데)

송하진 전주 시장(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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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월드컵경기장 스포츠타운 조성 노려

앞서 전주시는 사회체육과, 스포츠조성과, 기획예산과의 인력을 모아 프로야구단 유치 팀을 임시로 구성했다. 고안한 계획들은 척척 실행에 옮겨졌다. 이날 전주시는 프로야구단 유치를 민간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4개 자치단체의 야구계, 문화예술계, 산업계 인사가 두루 참여하는 ‘신생 프로야구단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2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야구장 건립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공동 유치가 확정되면 각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고 추진 속도도 힘을 받게 될 것”이라며 “각 도시마다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내용을 보고한 뒤 합의안을 만들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시기는 전라북도민체육대회가 끝나는 12일 뒤다. 이 관계자는 “6월 중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동으로 내용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바로 KBO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맺고 본격적인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BO와의 협조는 자신하는 분위기다. 이용일 KBO 총재 대행과의 지난 인연이 내심 가속도 역할을 해낼 것으로 내다본다. 이 총재 대행은 ‘군산야구의 대부’로 불린다. 군산 지역 내 4개의 초등학교 야구팀을 창단했고 군산상고 야구부를 창설했다. 1992년에는 전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았다. 이에 전주시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재 대행은) 전북 도민의 야구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며 “야구단 유치에 적극 나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예상하긴 이르다. 큰 골칫거리가 남았다. 야구장의 위치 선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거론된 방안은 총 세 가지. 전주종합경기장 내 야구장의 리모델링,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 새 구장 건립, 4개 도시의 접근성을 고려한 전면 재검토다. 전주종합경기장의 채택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주시 관계자는 “나머지 3개 도시의 반대가 예상된다”며 “내부적으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머지 3개 도시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접근성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전주시가 가장 반기는 방안은 월드컵경기장 인근 새 구장 건립이다. 앞서 시 측은 월드컵경기장 인근 소유 부지에 스포츠타운 조성을 계획한 바 있다. 복합개발에 민간투자 유치를 노렸다. 달려드는 기업은 미미했다. 한 관계자는 “규모가 너무 컸던 탓에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월드컵경기장의 활용부터 원활하지 않아 다소 무리한 사업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단 유치 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사업에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뛰어들만한 기업도 몇 군데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스포츠타운의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산시민의 날 화합한마당

군산시민의 날 화합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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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청사진 있지만 심사숙고”

군산시는 4개 도시 가운데 가장 조심스럽다. 프로야구 KIA 구단과의 관계마저 우려한다. KIA는 올해 군산구장에서 9경기를 소화한다. 이에 군산시 관계자는 “유치 추진이 잘못될 경우 KIA 구단과의 협력 관계가 깨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른 관계자도 “KBO가 먼저 나서 이 같은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KBO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를 유치한 창원시처럼 체계적인 틀만 마련한다면 지금의 롯데 구단과 마산시처럼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의 생각 또한 같다. 한 관계자는 “최근 프로야구는 광역이 아닌 시 단위의 연고 형태로 바뀌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군산시는 전주시로부터 가장 먼저 프로야구단 공동 유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야구팬들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시민 여론을 조사해봐야 한다”며 “장기적인 청사진은 있지만 어느 정도 내부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야구장 선정 및 예산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봐야 알 것 같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군산구장의 활용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 지역야구 관계자는 “전주시가 2군 경기를 소화하는 곳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잔디를 새로 심더라도 1군 경기를 함께 치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산야구장 조감도

익산야구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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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 “국가대표 훈련장, 2군 경기 활용? OK”

익산시는 오는 13일 국가대표 전용훈련장을 개장한다. 정규규격 형태의 야구장은 두 개. 각각 인조잔디와 흙으로 이뤄졌다. 스탠드가 없지만 향후 설치가 가능하다.

익산시는 이를 새로 유치할 프로야구단의 2군 경기장으로 조심스레 내다본다. 한 관계자는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며 “경기 및 훈련 등의 시스템까지 갖춰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야구 관계자도 “1군은 아니더라도 2군 경기만큼은 치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 도시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군산시와 비슷한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대략적인 구상안은 마련됐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4개 도시가 함께 뜻을 모으다 보니 입장 차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의견을 맞추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야구장 신설 등에 따른 적지 않은 예산 때문이라도 전라북도가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완주군 “소외당할까 걱정된다”

완주군은 4개 도시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다. 유치에 힘을 보태지 않아도 문제될 것이 없다. KBO의 기준은 나머지 3개 도시만으로도 충분히 통과한다. 이에 전주시 관계자는 “가장 인접한 도시이기에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완주군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완주군이 소외당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어떠한 사전 협의 없이 통보만 받고 회의에 나갔다”며 “그 탓에 공동 유치를 놓고 내부적으로 한 차례도 회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군 내 군산, 익산과 같이 보조경기장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제의가 올 줄 몰랐다”며 “‘프로구단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함께 의견을 도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완주군의 참여를 끌어들인 까닭은 무엇일까. 한 야구관계자는 전주시가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계획하고 있는 스포츠타운을 손꼽았다. 그는 “완주군은 지리상 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과 무척 가깝다”며 “향후 경기장 선정에서 동의를 하나 더 얻기 위한 포석 작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프로구단을 함께 유치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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