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환경부 장관, 캠프 캐럴부터 찾았다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부대 근처 지하수를 장병들과 이들의 가족도 마시고 있습니까?" "오염물질 해외반출 여부는 보고서로 직접 확인을 한 것입니까? 증거가 확실한가요?"
지난달 31일 취임한 유영숙(사진) 신임 환경부 장관의 첫 번째 공식 행선지는 경기도 과천 관가의 주요 부처장 집무실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도 아닌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이었다. 취임 하루 뒤인 1일 만사를 제쳐두고 부랴부랴 캠프 캐럴을 찾은 유 장관은 존 존슨 미8군 사령관을 세워두고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은 "칠곡에 내 아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다"는 취임사 만큼이나 결연하고 확고했다.
유 장관의 질문에 존슨 사령관은 긴장한 눈치였다. "장병과 가족들도 근처 지하수를 마시느냐"는 질문을 "물론이다. 장병과 가족 뿐 아니라 영내 장교들도 식음하고 있다"는 말로 받아넘긴 존슨 사령관이지만 다음 질문 앞에선 말꼬리가 다소 늘어졌다. "1979년에 D지역에 매립했던 오염물질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것인가 아니면 당시 근무자들 인터뷰를 통해서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때였다.
유 장관의 날 선 질문에 존슨 사령관은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베트남전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엽제들이 존슨 아일랜드로 이동됐다는 보고서가 있고 또 미국 유타 지역으로 이동됐다는 증거도 있다"고 해명하듯 답했다. 유 장관이 "D지역에 콘테이너 등 가건물이 많았다는데 이를 모두 치우고 조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자 존슨 사령관은 "모두 치우고 조사를 하겠다"면서 "실제로 고엽제가 매립됐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 장관은 존슨 사령관과의 문답을 "부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조사해 조치하겠다는 말을 꼭 지켜달라"는 요구로 마무리했다. 그는 동시에 "미군 측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부를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존슨 사령관과의 문답을 마친 뒤 칠곡군청에서 지역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건 주민들의 건강"이라면서 "염려하시는 부분이 잘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장관은 취임 초기에 예정된 일부 일정을 조정하는 등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고엽제 의혹을 파헤쳐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 장관이)고엽제 파동은 결국 우리나라 환경 및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그 어떤 일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당분간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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