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감사원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은진수 감사위원의 감사 무마를 위한 청탁 의혹을 계기로 감사원의 존립 기반인 독립성과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쌀직불금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국정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주말 동안 저축은행 감사를 실시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은 감사위원이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였다. 은 감사위원에 이어 또 다른 감사위원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은 감사위원이 검찰에 긴급체포되자 자체 파악에 나선 것이다.

감사원은 이와관련 외압이나 청탁이 들어올 경우 즉각 신고하도록 하는 '외압 신고제' 와 감사원 직원들이 피감기관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는 '전관예우 금지'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 중이다. 양건 감사원장도 지난 16일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직개편을 비롯해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정비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대통령의 최측근을 감사위원에 앉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감사원 조직은 실제 감사를 진행하는 사무국과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으로 나뉘는데 심의 과정에서 감사위원이 감사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 감사위원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캠프에서 'BBK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감사원의 독립성과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4대강 감사'의 주심을 맡았다 감사 지연 의혹을 받으면서 감사에서 손을 떼야하는 등 이미 한 차례 외압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낙마 사유도 정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만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실제 감사원장을 지낸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언론사 간부들과 식사 자리에서 "저축은행 감사 당시 오만 군데서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이번 사건은 감사원의 고질적인 문제가 분출된 것"이라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의 문제점이 집권하반기에 결국 드러난 것"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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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내부에선 어떻게든 감사원이 변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조직이 변신하지 않으면 감사원의 위상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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