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이 또 풀린다. 이명박 정부 들어 4번째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허가구역은 전체의 87%가 해제돼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땅값의 안정이 정부가 내세운 규제 해제의 이유다. 하지만 투기 재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는 그제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절반에 가까운 2154㎢를 이달 말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는 2009년 1월 1만238㎢를 해제한 것을 시발로 이번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허가구역을 풀었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당시 전 국토의 19%에 달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3.4%로 줄어들게 됐다. 경기도는 전체 허가구역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풀린다. 또 충북과 전남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오랫동안 부동산 투기 방지책의 상징이었다. 땅 투기를 억제한 실질적 공헌이 재산권 제한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상쇄했다. 따라서 거래허가제를 과감하게 해제할 때는 투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붙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정부는 2년간 규제를 풀어도 땅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전국 토지 가격이 2009년 0.96%, 지난해 1.05% 각각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나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불안요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내년 선거가 변수다. 총선과 대선에서 지역개발 공약이 쏟아져 땅 투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벌써부터 여야가 다투어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우려가 나올 만하다.
지역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알짜배기 땅의 규제가 대거 풀린 것도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 한탕을 노리는 기획부동산에게 전면적 토지거래구역 해제는 좋은 미끼가 될 수 있다. 과거에도 허가제가 풀린 곳에 외지인이 몰리고 땅값이 다른 곳보다 더 뛰는 현상이 빚어졌다.
풀기는 쉽지만 다시 묶기는 어렵다. 인플레 심리와 선거, 기획부동산 등이 어우러지면 예기치 않은 땅 투기가 나타날 수 있다. 사실상의 토지거래허가제 철폐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서는 안 된다. 투기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감시를 강화하고 투기가 휩쓸고 지나가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