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8군 사령부가 어제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에 화학물질,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립했으며 1979~1980년에 오염된 토양 등 40~60t을 파내 다른 지역으로 옮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04년 캠프 캐럴 내 13곳의 토양시료를 검사한 결과 1곳에서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미량이지만 고엽제의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고 했다.
주한 미군의 발표는 "고엽제 드럼통 수백통을 묻었다"는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씨가 증언한 내용과 시기 등이 거의 일치한다. 특히 캠프 캐럴 내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것은 매립 드럼통에 고엽제가 포함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캠프 캐럴 기지 주변 주민은 물론 국민의 충격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미군은 우선 묻었다 파낸 화학물질이 고엽제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다이옥신 검출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캠프 캐럴 내 매립 추정지뿐 아니라 부대 주변 지역의 지하수 오염 여부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화학물질을 어디로 옮겨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중요하다.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과연 고엽제 매립이 캠프 캐럴에서만 이뤄졌는가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전 주한 미군과 한국인 근로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고엽제 매립이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당장 캠프 캐럴에서 반출된 화학물질만 해도 국내 어딘가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군은 고엽제 등 독성 화학물질의 국내 반입 및 처리의 전모를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주한 미군이 한ㆍ미 공동조사에 신속하게 응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으로 보아 당연하다.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유해물질 무단 매립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이다. 그동안 주한 미군은 기름 유출, 유해물질 무단 방류 등 환경오염 사고를 일으키고도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우리 정부가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셈이다.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탓이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SOFA 규정도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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