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울산공장의 투싼ix, 싼타페 등 일부 모델 생산이 내일부터 중단된다고 한다. 엔진용 부품인 피스톤링을 생산하는 유성기업이 지난 18일부터 파업과 직장폐쇄로 생산을 멈추면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 때문이다. 한국GM, 르노삼성 등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중소 부품업체 한 곳의 파업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이 멈춰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일차적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유성기업의 책임이 크다. 회사 사정이야 어떻든 약속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한 것은 기업으로서의 신뢰와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행위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완성차업계의 안이한 대처도 문제다. 부품공급 리스크에 아무런 대책을 세워놓지 않아 화를 자초한 꼴이다.
일본의 쓰나미 사태 이후 모든 산업 분야에서 부품의 예비 공급처를 확보하고 재고물량을 넉넉히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국내 완성차업계는 물류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많게는 70%까지 한 업체에 부품 조달을 의존하는 행태를 계속해왔다. 현대ㆍ기아차는 전체 피스톤링의 약 70%를, 한국GM은 50%가량을 유성기업 한 곳으로부터 납품받아 온 것이다.
재고물량 확보에도 무신경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재고가 3~7일, 한국GM은 7일, 르노삼성은 4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유성기업 노사가 이미 지난 3월부터 대립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만약의 사태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셈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현대ㆍ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가 부품 공급선의 다변화, 적정량의 재고물량 확보 등 부품조달 시스템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유성기업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또다시 부품공급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사태가 오래가면 완성차 업계의 피해는 물론 연관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성기업 노사는 하루빨리 부품 생산이 재개될 수 있도록 사태 해결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조는 어떤 이유로든 불법으로 생산 라인을 멈추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깨닫길 바란다. 당장 점거를 풀어 공장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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