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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IMF 총재, 신흥국은 꿈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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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이럴 줄 알았다. 어찌 그리 쉽게 내줄 수 있겠는가?
뭔 말이냐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를 놓고 하는 얘기다. 스트로스 칸 전 총재가 성폭행 혐의로 지난주 수요일 사임하자마자 자천 타천으로 신흥국 출신의 후보자가 거론될 때 "가능성 낮은 얘기"라고 생각했다. 역시 그 생각은 맞았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지난 주말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지하고 나섰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구동성으로 라가르드가 '적임자'임을 천명했다. 미국 정부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IMF 총재대행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출신 립스키 수석 부총재가 그녀를 밀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라가르드 장관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세계금융시장을 쥐고 흔들어온 국가들이 라가르드를 밀고 있고, 세계은행 수장은 미국인이, IMF 총재는 유럽인이 맡아온 '관행'에 비춰본다면 라가라드는 IMF 총재직에 가장 근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IMF는 그녀를 위해 기준을 만들어두기라도 한 것 같다. IMF는 "총재후보는 고위급 정책입안에서 탁월한 실적이 있어야 하며, 글로벌 기관을 이끌 경영능력과 외교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회원국 출신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양념이었다.
라가르드 장관을 보자. 그는 프랑스 통상장관을 역임했다. 지금은 재무장관이다. 정책입안이라는 조건에 딱 맞다. 그는 또 미국 시카고의 법률회사 베이커 앤드 맥킨지 대표를 지내 영어에 능통하고 정치, 경제, 사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미국에 25년간 살면서 월스트리트에도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놨다. 한마디로 그는 월가의 생리를 잘 알고 월가에 인맥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니 뭐가 문제이겠는가. 과거 베르나르 타피 아디다스 회장에게 과도하게 많은 정부 배상금을 줘 프랑스 국내에서 특혜논란에 휘말렸지만 국제 금융계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 각국과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총재선출 절차 등은 '생쇼'로 판명날 수도 있다.

그동안 IMF 총재 선출에서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진 미국이 유력 후보를 제시하고 막후에서 조율하면, 신흥국 회원국들이 추인해온 관행은 미국이 밀고 유럽이 밀면 세계 은행시스템을 쥐고 흔들 총재가 정해졌다는 뜻이다.

유럽과 미국이 한결같이 그를 밀고 있는데 신흥국 출신이 될 것이라고?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꿈 깨야 한다. 그래야 허탈감도 적다. 케말 데르비스 터키 전 재무장관이 자기는 "후보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리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차라리 현명하다고 해야 할까.

유럽과 미국, 그리고 금융자본이 된 자기들이 맘 놓고 해왔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려들 때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데 신흥국 출신이 총재가 되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지나치게 순진해 세상 물정을 몰랐든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 국물을 마셨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 아니면 국제금융자본들은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어데 감히 개념 없이 나서고 있어?"

국제금융자본이 소유한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앞장서서 라가르드를 밀고 있으니 그에게 IMF 총재직은 따논 당상과 같아 보인다. 영국과 독일 재무장관 눈에는 프랑스 국내 법률분쟁은 들어오지 않는 모습이다. 유럽과 미국은 '그들만의 리그'를 꾸려 세계 은행 시스템과 화폐공급 통제를 위해 설립한 IMF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것이 미국, 영국, 유럽, IMF가 대변하는 국제금융계의 본색이라면 과장일까? 아마 6월 말 후임총재 발표에서 드러나리라.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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