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펀드 조성은 '빛 좋은 개살구'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외국계 사모펀드와 투자은행에서 위안화 표시 사모펀드 조성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자금이 중국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은 이론적으로 위안화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중국 정부가 펀드의 성격을 '외국계 자금'이 아닌 중국 내부에서 조성된 '국내 자금'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펀드 모집 과정에서 중국 지방정부나 기관투자자, 중국 내 부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외국계 자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컨설팅 회사 베인 앤 코(Bain & Co)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모집되고 있는 위안화 펀드 규모는 250억달러 가량 되는데 이 중 대부분이 펀드 자금 모집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실제로 모집 자금을 중국 투자로 연결시킨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위안화 펀드를 조성한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은 최근에서야 첫 번째 투자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데이비드 루벤스테인(David Rubenstein) 칼라일 공동 설립자는 지난주 WSJ를 통해 "지난해 베이징시 정부와 손을 잡고 함께 설립한 위안화 펀드가 첫 번째 투자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대상은 소매업 관련 기업"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 투자 협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어 "중국 대기업 포선그룹(Fosun Group)과 손잡고 상하이에서 조성한 또 하나의 위안화 펀드는 현재 투자 대상을 물색중"이라며 "다만, 아직 투자 협상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순수 국내자금으로 구성된 위안화 펀드라면 몰라도 외국계 투자자가 투자자 명단에 껴 있기라도 하면 위안화 펀드의 중국 투자는 더욱 어려워 진다.
투자자 가운데 외국인이 포함될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투자에 대한 승인을 받기 까지 18개월 이상이나 걸리고, 많은 중국 기업들이 외국계 자본을 투자자로 유치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앞둔 기업이 외국계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상장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현행 제도도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불편한 태도에 한 몫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사들 사이에서는 위안화 펀드 조성은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자금 조달에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외국계 투자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각각 50억위안, 15억위안 규모의 위안화 펀드를 조성해 TPG, 칼라일,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들이 뛰어든 위안화 펀드 시장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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