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악의 신 엔니오 모리코네, 그를 만나다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세계 최대, 최다의 정보를 보유한 정보 사이트 인터넷 무비 데이터 베이스(www.imdb.com) 검색 창에서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라는 이름을 치면 끝도 없이 밑으로 스크롤되는 엄청난 정보량에 당황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작년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쓰여 큰 인기를 끌었던 성악곡 ‘넬라 판타지아 Nella Fantasia’의 원래 작곡자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지만, 실상 엔니오 모리코네는 지금도 왕성한 작곡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현존하는 영화 음악가 중 최고참인 ‘레전드’다. 그가 직접 작곡에 참여한 작품 수만 해도 500편이 넘으며 그의 음악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작품까지 합치면 물경 1000편에 육박하는 엄청난 영화들이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로 영화 음악가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월드 투어의 첫 출발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엔니오 모리코네가 4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AD
엔니오 모리코네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재즈 트럼펫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트럼펫과 작곡을 전공하던 음악도 모리코네는 2차 세계 대전 직후 팍팍한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이탈리아에서 단지 ‘먹고 살기 위해’ 라디오 드라마의 배경 음악을 작곡하게 되는 것으로 영화 음악과의 긴 인연을 시작했다. 그가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된 것은 19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가 연출한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와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등 히트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을 통해서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와 미국 할리우드를 오가며 영화 음악 작곡 활동에 매진하게 된다. 연주곡 ‘데보라의 테마 Deborah’s Theme’로 유명한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를 비롯하여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 Mission’,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 The Untouchables’ 그리고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 Cinema Paradise’과 ‘말레나 Malena’ 등 그가 창조해낸 걸작 선율들은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월드 투어의 시작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거침없이 한국인들의 ‘열정적인 공연 태도’를 첫손에 꼽는다. 2007년 그의 내한 공연은 관객 동원 1위를 기록했고, 관객들뿐 아니라 엔니오 모리코네 역시 한국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오늘부터 18일까지 3일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엔니오 모리코네는 국내 100인조 오케스트라와 100인조 합창단과 협연하여 ‘말레나’의 테마와 ‘넬라 판타지아’ 등 주옥 같은 그의 명곡들을 들려준다. 이 중 ‘넬라 판타지아’는 ‘미션’의 테마곡 ‘가브리엘의 오보에 Gabriel’s Oboe’에 세계적인 영국 출신의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먼이 노랫말을 붙여 탄생된 곡으로,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합창곡 ‘넬라 판타지아’와 연주곡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모두 공연될 예정이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자신이 작곡한 모든 영화 음악들이 자식 같아서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고 말한다. 이제 은퇴하고 편안하게 여생을 즐길 여든의 나이를 훌쩍 넘긴 노인이지만 엔니오 모리코네는 세계를 도는 수많은 콘서트와 영화 음악 작곡으로 2012년까지 모든 스케줄이 완료된 상태다. “내가 나이가 많다고? 유럽 여자들이 나이가 많은 중후한 신사들을 좋아해서 일부러 나이를 한참 속였다. 사실은 40대 중반이다(웃음).” 엔니오 모리코네. 그는 여전히 열정적인 젊은 청년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