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PF대출 회수만 몰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회사 생존을 위한 사업부지까지 팔았다. 사람이고 사업이고 돈되는건 다 처리했다. 뭐 먹고 살지 걱정이다"(지난해 6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건설사 관계자)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생존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진행된 3차례의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건설사는 총 33곳. 이후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등급인 'B'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은 신규 자금을 수혈받지 못해 "차라리 C등급이 낫다"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들의 실상은 그리 녹록지않다. 재기를 위한 신규사업 추진이 힘든 것은 물론 보유한 사업지마저 매각해야하는 등 손발이 묶였다.

1차 건설사 구조조정에서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A사 분양사업팀 관계자는 얼마전 신문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구조조정 직후 채권단의 지시로 매각했던 사업지에서 B사가 분양대박을 거뒀다는 기사였다. 돌이켜보면 매각한 자산 가운데 일부를 운영자금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결국 협력사는 도산하고 직원들은 제 발로 회사를 떠났다. A사 관계자는 "인원감축과 급여삭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의리를 지키며 남아있는 직원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마지막 희망으로 여기고 있는 사업장은 PF가 확실치않고 그나마 (PF)대출이 가능했던 저축은행들은 몸을 사리고 있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알짜 사업지를 매각한 C사 역시 채권단에 의해 손발이 묶인 경우다.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진행해야하는데 채권단에서 '불가'방침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C사 관계자는 "이렇다보니 올해 계획된 신규분양도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동남아 일대에 수주물량이 있어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들은 "채권단이 지나치게 자금회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공통적인 불만을 쏟아낸다. 사옥과 사업지를 팔고 해외 사업장마저 매각했지만 결국 채권단의 배만 불렸다는 이야기다.


더 큰 문제는 채권단이 인사권과 자금줄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살리려는 경영진의 의사가 채권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렇다보니 경영진은 재기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주택사업부 본부장은 "회사의 모든 결정과정에 채권단이 관여하고 있다보니 재건을 위한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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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간의 이견으로 불똥이 튄 건설사도 있다. 지난해 6월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D사와 E사는 채권단에서 출자지분을 놓고 갈등을 보여 MOU 체결이 지연됐다. 자금수혈이 늦춰진 것은 물론 수주시장에도 뛰어들지 못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부실 건설사를 살리기 위한 워크아웃 과정이 채권단의 독단적인 회사 운영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회사를 누구보다 잘아는 경영진의 의견을 워크아웃 진행과정에서 반영하는 등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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