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봉사위해 ‘회장자리’ 비웠다 주민곁에 큰 자리가 생겼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현장형 정치인 변신 김호연 前빙그레 회장 나눔인생

김호연 전 회장의 해비타트 자원봉사활동.

김호연 전 회장의 해비타트 자원봉사활동.

원본보기 아이콘
그가 뛴다. 논으로, 들로, 복지관으로, 재래시장으로, 경로당으로, 운동장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쉴 틈이 없다.

숨이 찰 만도 한데 망치를 들고 뚝딱뚝딱 소외계층을 위한 집을 짓는다. 동네 구석구석 누비며 눈을 치우는가 하면, 쓰레기 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산을 오른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따뜻한 밥을 퍼 드리고 소년소녀가장에게 줄 김장을 담그려 고무장갑까지 낀다.
‘도대체 50대 나이에 저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기자는 갑자기 그게 궁금하다. 김호연(56) 한나라당 국회의원 얘기다. 빙그레 전 회장으로 유명한 그다. 화려한 배경 탓에 재벌 기업가·귀족적 이미지란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진짜 김호연’의 모습은 소박하고 인간적이다.

생활의 발견 한 토막. 좋아하는 음식은 청국장, 좋아하는 노래는 자니 리의 ‘뜨거운 안녕’, 즐기는 스포츠는 자전거 타기. 밭 한편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사발을 나누며 마을 주민들과 속내를 튼다. 다리에 흙이 묻고 거머리가 붙어도 황금빛 들녘 떠올리면 서투른 모내기가 마냥 흥겨운 사람이다.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빙그레 회장 시절부터 나눔에 ‘푹’
20여 년간 기업 경영에만 전념하다가 지난해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도 더 적극적인 사회봉사를 펼치려는 의지에서다. 그래서인지 직함이 바뀌고 시간이 갈수록 그의 나눔 활동은 농익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충청남도 천안시 율금리의 배 농가. 흐드러진 배꽃 사이로 청바지 차림에 목장갑을 착용한 김 의원이 나타났다. 역시나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최근 꿀벌이 많이 사라져 배꽃마다 손수 인공수분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농촌의 어려움을 그대로 두고 볼 그가 아니었다. 김 의원은 가족 및 빙그레 임직원들과 지난해부터 천안 지역 과수농가에서 배 화접(인공수분)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천안 배의 홍보와 수출 촉진을 위해 특별한 자리를 기획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 화접 작업을 함께 한 것. 인공수분 작업과 배의 재배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단다.

무엇보다 맛과 당도가 좋은 한국산 배가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시점이라 의미가 컸다. 스티븐스 대사에게 천안 배를 알리기 위해 이것저것 설명하는 표정과 말투가 여느 이웃집의 푸근하고 친근한 아저씨와 똑같다.

그의 질박한 삶과 ‘나눔 일꾼’으로의 변신은 애초부터 맞닿아 있던 걸까. 1993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김구재단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이때부터 다양한 방면의 학술연구와 인재육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매년 한국의 몽골 유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했다. 몽골 정부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2001년 김 의원을 몽골 명예영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또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운동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벽돌 나르는 회장’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다. 10년 전, 강원도 태백에서 큰 아들과 해비타트 자원봉사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희망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려고 불볕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영락없는 건설현장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이를 본 당시 빙그레 직원들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본의 아니게 그는 해비타트를 전사 차원의 봉사활동으로 자리잡게 한 ‘공로자’가 됐다.

이후 몽골 및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해비타트 활동을 전개했으며 고객과 빙그레 임직원 합동의 ‘빙바(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자원봉사단’을 꾸리는 데도 영향을 줬다. 자발적이고 열의가 대단하기로 정평이 난 빙그레 사회공헌 경영의 틀은 김 의원이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라는 인연으로 독립운동가 추모사업에도 열심이다. 일제 치하 독립투사인 이봉창 의사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취지에서 ‘이봉창의사 기념 사업회’를 후원,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이 제공될 수 있도록 푸드 뱅크 지원도 적극적이다.

김 의원이 이렇게 사회공헌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처럼 자녀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덕목도 바로 나눔이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남다른 나눔 열정을 가진 부모다운 자녀 교육법이다.

김호연 의원이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함께 천안의 배 농가에서 인공수분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호연 의원이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함께 천안의 배 농가에서 인공수분 봉사활동을 펼쳤다.

원본보기 아이콘

삶이란 결국 ‘나눔’

성공한 기업가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김 의원은 1992년 취임 당시 부채 비율이 4000%, 누적적자가 100억원에 이르는 부실기업 빙그레를 10여 년 만에 700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감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였다. 뛰어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불현듯 깨달은 건 ‘삶이란 결국 나눔’이라는 가치였단다.

자신이 이룬 모든 것들이 결코 혼자 힘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도움이 모여 가능했다고.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되돌려주고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치도 사회봉사의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랬다. 그는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으로 정치를 택했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실천하기 힘든 ‘현장형 나눔’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새 출발점은 선친의 고향인 천안으로 정했다.

그런데 실패라곤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그의 앞에 시련이 던져졌다. 2008년 총선에서 낙선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해야 할까. 그는 더욱 몸을 낮췄다.

2년간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부대끼며 생활 현장 어디든 함께 했다. 충청남도 새마을회 회장과 자유총연맹 천안지부장, 노인회 자문위원장을 맡아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이러한 노력을 알아준 시민들의 선택으로 지난해 7월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여태껏 갓 피워냈던 나눔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기도 했다.

지금 국회의원 ‘김호연’은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정치인,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정치인으로 불린다. 나눔에 있어 국민 일꾼을 꿈꾼다. “늘 섬기고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게 그의 신조다.

그간 실천해온 소통의 사회공헌 활동들만 봐도 그가 뿜어내는 진정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는 오늘도 ‘빙그레’ 웃으며 자전거를 탄다. 사회공헌이라는 페달을 밟으며 천안시 이곳저곳을 신나게 달린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국제 해비타트 건축 현장에서 지미카터 전 대통령과 봉사활동을 함께 한 김호연 의원(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국제 해비타트 건축 현장에서 지미카터 전 대통령과 봉사활동을 함께 한 김호연 의원(위).

원본보기 아이콘

김호연 의원의 나눔 스토리

■대한성공회 푸드뱅크 지원 활동(소외계층 지원)
■(재)순천장학회 이사장(독립유공자 후손 및 불우 청소년 지원)
■한국해비타트(Habitat) 이사(사랑의 집짓기 운동 및 후원)
■한국라보(LABO) 이사(국제 청소년 교류 운동 및 후원)
■세이브더칠드런 후원(국제 어린이 인권 및 처우 개선 지원)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한미관계 김구포럼 개설 및 후원
■(재)아단문고를 통한 귀중 문헌자료 정리 및 보존사업
■‘빙그레 글로벌 기금’ 출연, 대학생 해외 유학 및 연수 지원
■천안, 아산 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
■재단법인 충청장학문화재단 이사
■충청향우회 부총재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尹 "부처님 마음 새기며 국정 최선 다할 것"…조국과 악수(종합2보) 尹 "늘 부처님 마음 새기며 올바른 국정 펼치기 위해 최선 다할 것"(종합) 범죄도시4, 누적 관객 1000만명 돌파

    #국내이슈

  • 여배우 '이것' 안 씌우고 촬영 적발…징역형 선고받은 감독 망명 뉴진스, 日서 아직 데뷔 전인데… 도쿄돔 팬미팅 매진 300만원에 빌릴 거면 7만원 주고 산다…MZ신부들 "비싼 웨딩드레스 그만"

    #해외이슈

  •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비계 삼겹살' 논란 커지자…제주도 "흑돼지 명성 되찾겠다" 추경호-박찬대 회동…'화기애애' 분위기 속 '긴장감'도

    #포토PICK

  •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크기부터 색상까지 선택폭 넓힌 신형 디펜더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CAR라이프

  •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 용어]교황, '2025년 희년' 공식 선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