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운용사 판매난 "대형銀, 문턱 낮춰줘"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환매 급증 등으로 운용업계 불황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운용사들이 판매채널 부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전체 적립식 판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 판매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기준으로 공시 돼 있는 71개 국내펀드 운용사 가운데 국내 전체 펀드판매 1위인 국민은행을 판매망으로 확보하지 못한 운용사는 모두 35개로 집계됐다. 2위인 신한은행에 상품을 걸지 못한 운용사는 31개였고 이들 두 은행 모두를 확보하지 못한 운용사도 28개에 달했다.
판매망 중 은행을 한 곳도 보유하지 못한 운용사도 전체의 25%를 넘었다. 반면 모든 운용사가 모두 최소 한곳 이상이 증권사 판매망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높은 벽을 실감케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체 펀드 판매액 대비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전체 펀드 판매 규모 선두권은 물론 장기투자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 적립식 판매 역시 3월말 현재 50.27%가 은행의 차지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 등 판매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지 않은 중소형사나 외국계운용사들은 판매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운용사 중 적지 않은 수는 지난해 수익률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형펀드는 사실상 은행 판매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며 "특히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판매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언급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회사 대표 주식형 펀드의 경우 3년간 꾸준히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변동성도 적은편인데 기존 주식형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아직 은행 판매사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면 고객 입장에서도 이득일 텐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공정한 기준으로 펀드를 선정하고 있지만 펀드라는 상품 특성 상 정확한 상품선정 기준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성과, 규모 리스크, 운용사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지만 상황에 따라 기준은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상품은 수치적인 측면보다는 상품 자체에 초점을 맞춰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운용상의 평가표는 있지만 펀드가 시장성이 강한 상품인 만큼 펀드 선정 대한 수치적인 기준은 없다"며 "은행 고객 특성상 증권사 대비 보수적인 기준으로 상품을 선정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도 있는 만큼 상품선정 협의체를 통해 열린 구조로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가 상품 기획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률이 탈락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규모가 탈락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판매 중인 대형사나 계열사의 상품을 보면 납득이 안 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운용사 상품판매 담당자는 "상품 출시 회의를 하면서 계열운용사와 함께 회의를 한 적도 있다"며 "방카슈랑스처럼 계열사 판매 기준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없으면 판매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은 "계열사라고 상품 선정기준을 완화하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신한BNPP의 경우 그간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상품 출시가 많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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