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 숲 늘려 ‘국민의 정원’ 만들 것”
산불 위험한 영남 중심으로 산림헬기 옮겨 배치…강변 등지에 ‘희망의 숲’도 적극 조성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아시아초대석] 이돈구 산림청장
치산녹화·숲가꾸기 위주 산림정책, 국민이 혜택보는 ‘이용’쪽으로 비중 높혀
시대흐름 맞은 산림청 조직과 예산 편성···전담팀(T/F) 보고내용 따라 ‘인사’
▣ 대담=왕성상 중부취재본부장
“이젠 산에만 나무를 심는 게 아니다. 강변, 하천변 등 자투리공간에도 나무를 심어 ‘국민의 정원’을 만들어줌으로써 숲의 혜택이 국민들에게 고루 전해져야 한다. 국민건강과 휴양을 위해 산림청은 산림치유, 숲길, 휴양시설 등을 확충하겠다.”
이돈구(65) 산림청장은 40여년 치산녹화와 숲 가꾸기에 힘썼던 산림정책을 국민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이용’쪽으로 업무비중을 높이겠다는 견해다. 며칠 뒤 오명 카이스트이사장을 만나 학생들이 숲 치유를 통해 자살을 줄일 수 있게 제언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청장은 “산림이용을 잘 하기 위해선 잘 보호해야 한다”면서 “산불 막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은 논·밭두렁 태우기와 입산자·담뱃불·성묘객 실화 등 여러 원인들이 있다면서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청장을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산림청장 취임 두 달을 맞았다. 교수 신분에서 청장으로 일해본 소감은?
▲산림청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미국서 공부를 마치고 와서 처음 연구를 시작한 곳이다. 지난 5년간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회장직을 맡으면서 일한 곳도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이다.
교수 땐 몰랐는데 청장 일이 많다는 느낌이다. 쉴 짬이 없다. 모든 업무가 법과 규정에 얽혀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안타깝다. 전담변호사와 외국어를 잘 하는 비서가 있으면 좋겠다. 좋은 점은 업무시스템이 잘 돼있다는 것이다. 명령체계가 잘 잡혀있다고 할까.
-신임청장으로서의 각오는?
▲어떻게 산림행정을 펼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학문과 행정 간의 상호협력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선배 산림공직자들의 노고에 존경심을 갖는다. 새 시각에서 산림청이 꿈꾸는 녹색미래를 위해 온힘을 쏟겠다.
-청장취임 후 비중을 두고 있는 업무와 분야는?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이자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당사국 총회’가 올 가을 창원서 열린다. 지구환경문제에 산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때다.
따라서 산림청은 봄철 나무심기기간을 맞아 지난달 말까지 전국 산림, 하천변, 자투리 땅 등에 서울 남산면적의 67배에 이르는 2만ha에 3800만 그루를 심었다.
특히 올해는 강변이나 하천변 자투리공간에 ‘희망의 숲’ 만들기 사업을 새로 하고 있다. 이는 국민 누구나 나무심기에 동참, 아름다운 내 고장의 하천변을 가꿔 애향심을 높이고 쉽게 다가가 이용할 수 있는 숲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식목일을 앞뒤로 전국 38곳(한강 4곳, 금강 8곳, 영산강 8곳, 낙동강 18곳)에 만들었다. 전체면적은 59ha다. 기업 등 법인·단체는 연중 참여할 수 있다. 전국 51곳에 법인·단체 숲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나무 나눔 캠페인도 펼친다. 사회복지시설, 다문화가정 등 나무와 숲이 필요한 곳에 나무를 주고 나무를 입양해 가꾸는 새 개념의 환경보전 기부활동이다.
-봄이 되면 산불이 최대현안이다. 올 들어 일어난 산불현황은?
▲산불은 날씨와 밀접하다. 최근 비가 내려 산불걱정을 좀 덜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일어난 산불은 246건으로 448.36ha의 산림피해가 났다. 축구장 600개쯤 불탄 셈이다.
지난해보다는 산불이 조금 늘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건수는 약 30%, 피해면적은 50%이상 줄었다. 올해 기상여건도 안 좋았고 구제역 등으로 사회분위기도 안 좋은 가운데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건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일어나는 산불은 어느 정도며 피해규모는?
▲최근 10년간 한해평균 478건의 산불이 났다. 이에 따른 산림피해는 1160ha쯤 된다. 해마다 서울 남산 면적(297ha)의 4배쯤 해당되는 숲이 불타 없어지고 있다.
문제는 나무만 타는 게 아니다. 집이 불타 이재민이 생기고 불을 끄려다 다치거나 숨지는 일까지 생긴다. 지역민들 소득원을 앗아가기도 하고 문화재를 태워버리기도 한다. 야생동물서식처가 사라지는 등 자연생태계에도 큰 타격을 준다. 한해 산불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양은 자동차 20만대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올해 산불특징은?
▲한해 산불건수의 62%, 피해면적의 91%가 봄에 몰렸다. 날씨가 메마른데다 편서풍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기후특성을 보여서다. 빠짝 마른 낙엽이 불쏘시개가 돼 조그만 불씨도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산불이 나는 원인은?
▲입산자의 음식 해먹기, 모닥불 피우기, 논·밭두렁 태우기,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성묘객의 유품 태우기 등에서 비롯된다. 입산자실화와 태우기에 따른 산불이 70%쯤으로 으뜸이다.
-산불을 낸 사람을 끝까지 잡겠다고 했는데.
▲입산자 및 담뱃불실화는 검거비율이 낮다. 반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태우기는 80% 이상 붙잡힌다. 3~4월, 오후 1~3시, 60세 이상 남자가 불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농촌, 산촌에서 어르신들의 태우기가 산불의 주원인이라 봐야한다.
-중점을 두고 있는 산불방지책은?
▲산불은 3~4월이 가장 위험하다. 산림청은 이때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해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산불대책기간은 4월20일까지였으나 산불위험이 남아있어 월말까지 늘렸다.
올해는 특히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산불이 많이 나고 있다. 따라서 숲과 가까운 곳에서 태우기를 금하고 단속도 펴고 있다.
요즘엔 산나물이나 산약초를 캐러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 의한 산불위험이 높다. 산림청은 불법적인 산나물 뜯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입산통제지역엔 들어가지 못하게 길목에 감시원을 두고 있다.
불이 나면 빨리 끄는 게 중요하므로 전국 산불감시원에게 GPS(위치확인장치) 단말기를 줬다. 산불이 잦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산림헬기를 옮겨 배치해 불이 났을 때 현장에 바로 갈 수 있게 대비 중이다. 제주도에도 산림헬기를 전진배치 했다.
-산불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지켜야 될 점은?
▲산에 갈 땐 인화물질을 가져가선 안 된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어선 안 된다. 산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쓰레기를 태우는 일도 조심해야 된다.
-지난달 2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산림의 가치제고 및 건강자산으로의 활용방안’을 보고하셨는데.
▲‘세계 산림의 해’를 맞아 우리나라 산림의 비전을 내놓기 위해서 그 같은 방안을 보고했다. 핵심내용은 ‘사람과 숲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녹색국가’를 비전으로 국민 삶의 질 높이기 및 산림산업 키우기를 위한 4개 분야다.
산림자원의 가치와 품격제고, 산림의 건강자산활용 확대, 녹색성장을 위한 산림산업육성, 해외조림확대 및 국제산림협력 강화가 그것이다. 관련된 12대 과제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림구조 개편, 치유를 위한 산림 활용, 친환경 목재산업 육성, 해외조림 활성화 등 세부실천사항들이 담겨있다.
-관련 후속조치는?
▲보고서 주요 내용의 추진일정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약칭 국경위)에도 과제관리카드를 보내 관리한다. 제출된 관리카드는 국경위 과제관리시스템에 등록되고 정기적인 서면보고(정상추진·지연·지연사유 등)가 이뤄진다.
-역점을 두고 있는 ‘도시 숲 만들기’ 방향은?
▲도시에 녹지대가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WHO(세계보건기구) 기준(1인당 9㎡)의 3분의2밖에 안 된다. 산림청의 도시 숲 만들기 사업은 자투리땅과 쌈지공원 형태위주로 해왔다. 그 규모를 더 넓힐 예정이다.
2005~2010년 중 1645곳의 도시 숲을 만들었다. 한 곳당 평균 1ha 규모다. ‘서울 숲’과 같은 대규모 명품도시 숲을 광역시로 늘릴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부산, 광주, 대전, 인천 등지에 만들 계획이다.
-도시 숲 조성 효과가 클 텐데.
▲휴식공간제공, 정서함양, 대기정화, 방음효과, 기후조절효과가 있다. 여름철 한낮기온이 평균 3~7℃ 떨어지고 습도를 평균 9~23% 높여준다.
띠 녹지, 명품 가로 숲길 조성, 학교 숲 조성 등으로 도시녹지율도 높여준다. 모든 도시가 녹색도시가 되게 도시 숲 정책을 다변화하고 집약하는 정책을 펴겠다.
-산림청장 재직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어떤 정권이나 청장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산림분야 장기계획’을 세우고 산림청의 정부부처소속을 확실히 하는 데 힘쓸 생각이다. 국립공원, 야생동물, 관광분야도 산림청이 다뤘으면 한다. 직원들 사기를 높여주고 딱딱한 공직의 틀도 깨고 싶다. 현장도 중시하겠다.
-최근 산림청 간부들 인사 얘기 나오고 있다.
▲당장 하진 않는다. 하영효 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전담팀(T/F)에게 시대흐름에 맞은 산림청 조직과 예산을 짜도록 ‘숙제’를 줬다. 결과를 봐서할 예정이다. (이 청장은 지난 2월 취임 열흘 만에 국장급 8명을 바꾸는 파격인사를 해 눈길을 모았다. 공석, 파견 등 인사요인이 생기자 과감히 했다. 고참급 본청 국장자리에 초임고위공무원 승진자를 앉히기도 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며 취미활동은?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다. 식사는 적게 먹고 채식위주로 한다. 짬이 나면 자연치유명상을 하는 기공체조를 한다. 취미는 등산이다. 집 근처 서울 우면산에 자주 간다. 더러 한강변도 걷는다. 청장이 되고부터 운동과 취미시간이 적어 아쉽다. (이 청장은 기독교인으로 담배는 피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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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구 산림청장은?
‘실사구시 산림행정’ 펴는 ‘학자출신의 첫 산림청장’
지난 2월10일 취임한 이돈구 청장은 산림청 44년 역사 중 ‘학자출신의 첫 산림청장’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로 있다가 사직하고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서울 숲’을 추진했던 인연으로 청장에 임명됐다.
그는 1994년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정회원, 2003년 스웨덴 왕립한림원 정회원 등 국내·외 학술단체에서 연구와 저술(조림학원론, 조림학본론 등) 활동을 펼쳤다.
이처럼 학계와 연구계에 몸담아온 그의 취임으로 산림청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실사구시의 산림행정’이다. ‘학문과 행정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현장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산림행정에 접목시키고 있다. 현장중심산림행정은 육성, 보호, 이용으로 요약된다. 우리 실정에 맞는 나무를 심고 잘 가꿔 생활에 적절히 활용키 위해서다. 그런 가운데 시대흐름에 따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새 시각에서 녹색미래를 위해 힘을 쏟겠다. 녹색성장 선도, 임업인 소득증대, 산림의 건강성 증진, 글로벌 산림협력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한 그의 취임사는 산림청에 어떤 혁신의 그림을 그릴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돈구 산림청장 주요 약력>
▲1946년 충북 청주 출생 ▲청주고, 서울대 임학과, 서울대 대학원(농학석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임학박사) 졸업 ▲서울대 농대 임학과장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 ▲산림청 임업연구원 임목육종부 겸임연구관 ▲(사)한국임학회장 ▲생명의숲 국민운동 공동대표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장 ▲중국 북경임업대 객좌교수 ▲외교통상부 한-아세안환경협력사업단장 ▲스웨덴 왕립한림원 정회원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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