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빈자리..'죽치는 사무실' 굿바이

고순동 대표, '생산+創意 조직' 만들기 첫걸음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자율선택 가능
자기계발·건강관리 활용..시간 단축·효율 기대

"제 출근시간은 11시입니다." 삼성SDS 자율출근제가 전면 시행된 첫날(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도 삼성SDS 본사에서 한 직원 책상에 자신의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림판이 놓여져 있다.

"제 출근시간은 11시입니다." 삼성SDS 자율출근제가 전면 시행된 첫날(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도 삼성SDS 본사에서 한 직원 책상에 자신의 출근 시간을 알리는 알림판이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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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7시40분. 출근시간 20분여를 앞두고 보통 때 같으면 인산인해를 이뤘을 삼성SDS 역삼동 사옥과 멀티캠퍼스 주변이 예전만큼 분주하지 않다. 일찍 출근을 해 커피자판기 앞에 삼삼오오(三三五五) 모여 주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족들도 크게 줄었다. 사무실 안 곳곳에는 빈자리도 눈에 띈다. 같은 시간 일부 직원들은 집이나 회사 근처 영어학원, 헬스클럽에서 자기 계발 시간을 가졌다. 아이를 둔 여직원은 오랫만에 아침밥을 아이와 같이 먹은 뒤 책가방을 챙겨줬다. 삼성SDS가 자율출근제를 시행한 첫날, 직장의 모습이 달라졌다. 직원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


고순동 삼성SDS 대표

고순동 삼성SD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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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고순동 삼성SDS 대표의 '창의(創意) 실험'이 2일부터 본격화됐다. 국내 기업으로는 보기 드문 '자율출근제'를 전 부서로 확대, '업무 생산성 향상'과 '창의적 조직문화 만들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첫 걸음이다.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자웅을 겨루기 위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도입 첫날 사내 풍경은 이채롭다. 자율출근제 도입이 많게는 몇십년간 지켜왔던 출ㆍ퇴근시간의 경계를 허물었지만 직원들의 적응력은 예상외로 빨랐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맞춘 출ㆍ퇴근시간에 업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그동안 말로 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황금 시간대'를 업무 처리에 적용하니 시간은 단축되고 효율은 높아졌다.


김태현 삼성SDS PR그룹 대리는 "자율출근제를 도입한 첫날, 북적였던 엘리베이터가 한산해졌고 전날 늦게까지 업무를 본 뒤에도 이른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피곤에 찌든 얼굴'이 사라졌다"며 "우려와 달리 큰 동요없이 출근이 이뤄졌으며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자율출근제를 선택한 임ㆍ직원들의 유형은 크게 ▲자기계발형 ▲통근버스출근형 ▲건강관리형 ▲프로젝트형 ▲자투리시간활용형 ▲육아형으로 나뉜다. 각 유형에는 업무 특성과 생활양식에 맞춰 출ㆍ퇴근 시간을 조정, 업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있다.


#1. 자기계발형='오전 6시에 출근, 오후 3시30분에 퇴근하는 입사 9년차 A 과장은 퇴근 후 곧장 회사 인근 중국어 회화 전문학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입사 후 오랜 기간 중국 사업부 지원을 꿈꿨지만 중국어 회화 능력 미달이 관건이었다. A과장은 자율출근제를 활용, 오후 시간에는 당분간 중국어 회화에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자기계발형은 자율출근제를 활용해 어학능력 향상, 전문지식 습득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임ㆍ직원들을 일컫는다. 꽉 짜여진 업무 일정에 그동안 미뤄왔던 자기계발을 통해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식이다.


#2. 건강관리형='오후 1시 출근, 오후 10시 퇴근 시간을 선택한 B 과장은 영업부서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영업 베테랑이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에 주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학창시절 다부진 체격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했던 B 과장이지만 잦은 회식과 음주에 도리가 없었다. B 과장은 오전 시간은 회사 근처 가까운 피트니스센터에서 스쿼시와 수영을 통해 예전 몸 상태를 되찾기로 마음먹었다.


오후 10시 퇴근은 회식과 음주 시간을 피하는 특효약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자율출근제를 선택하는 임ㆍ직원들은 창의성의 원천을 체력으로 정의한 유형이다. 늦은 퇴근시간으로 미뤄진 회식과 음주 약속은 그동안 지친 몸을 위해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업무에 필요한 약속은 되도록 출근 전 점심시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저녁 시간대 업무 효율이 극대화되는 올빼미족들이 선호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3. 프로젝트 참여형='프로젝트성 해외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C 팀장은 최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사적으로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려야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외 틈새시장까지 발굴해야하는 C 팀장은 전 팀원들에게 자율출근제 선택을 독려했다. 팀원 각자의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각자 다른 출ㆍ퇴근 시간에 팀 회의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프로젝트성 사업에 참여, 제한된 시간에 최대의 성과물을 내야하는 임ㆍ직원들도 자율출근제를 선택할 수 있다. 팀원끼리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온라인 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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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생계형=아침 일찍 자녀를 유치원에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D 대리는 아침 9시 출근 시간을 지키는게 빠듯했다. 밀린 전기ㆍ가스 요금과 전입신고 등을 미뤄 온 E 과장은 업무 시간에 개인 업무를 보는게 눈치 보여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집 앞에서 통근버스가 정차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부담으로 택시를 이용했던 F 부장도 자율출근제를 선택해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생계형으로 자율출근제를 선택하는 임ㆍ직원들은 말 그대로 '삶'을 위해 본인에 맞는 출ㆍ퇴근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본인의 업무 시간과 겹치는 일상 업무를 주변 눈치없이 볼 수 있어 회사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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