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모 린나이 창업주와 13년 이어온 '사랑의 교실' 운영난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한 평생 보일러 보급과 기술 발전에 청춘을 바친 두 명인(名人)의 아름다운 동행이 갈림길에 섰다. 13년간 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일자리를 제공해준 이들의 값진 노력이 더 이상 계속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씨는 자신이 배운 보일러 기술을 어려운 형편에 놓인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재를 털어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만들었다. 외환위기(IMF) 여파로 실직자와 노숙자가 속출하던 1999년 당시 이 씨의 교실에는 보일러 기술을 배워 창업 또는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로 붐볐고 이러한 모습은 방송과 신문을 통해 널리 소개됐다.
강 명예고문은 우연히 방송을 보면서 이 씨의 봉사활동을 알게 됐고 학생들이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일러를 무상으로 교실에 기증하기 시작했다. 경영 일선에서 떠난 지금도 그의 아들인 강원석 대표이사가 대를 이어 보일러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교실에 기증된 보일러는 약 400대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랑의 보일러 교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는 위기다. 새로운 자리로 이사를 오면서 임대비에 대한 재정적 부담이 늘었고 교육용 실습재료비 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교실 운영에 들어가는 임대료와 실습재료비는 매월 약 400만원 정도. 예전 교실은 고재득 성동구청장의 후원으로 구청이 임대한 건물을 사용해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 씨가 직접 보일러를 설치하고 수리하면서 번 돈에서 운영비를 충당한다. 사재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그동안 교실 재정이 계속 악화돼 왔다.
물적, 금전적 지원을 해 주던 린나이의 상황도 예전만큼 여의치 않아 더 많은 금전적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실 시설도 낙후돼 비가 오면 물이 샐 정도다. 이 씨가 바라는 것은 임대료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장소를 구하는 일이다. 더 많은 학생들을 좋은 환경에서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새로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강성모 린나이코리아 명예고문처럼 아름다운 동행을 할 수 있는 기업가들과의 인연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씨는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명예회장과도 동행할 수 있는 인연을 맺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그룹 임원을 통해 보일러 교실을 새로 지을 수 있게 부지매입 비용을 일정 기간 동안 무이자로 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딱한 사정을 호소할 계획이다. 이 씨는 명함집에 이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적힌 종이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2004년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사랑의 보일러 교실 후원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비서진들의 제지를 뚫고 어렵게 받은 서명이다.
당시 서울숲 관련 행사장에서 만난 이 서울시장이 자신을 만나러 시청에 한번 오라면서 징표로 서명을 해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시청은 물론 청와대까지 찾아갔지만 이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지켜내기 위한 절박함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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