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잣나무골편지]도시에 상어가 출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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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초 어느날 중년의 '이 00'은 물에 잠긴 코난의 도시 한 복판으로 파도를 가르며 물살을 헤쳐 나갔다. 그는 10여년동안 에너지라는 적과 싸우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풍랑의 바다 위, 앞은 진한 연무와 증기구름에 가려 있다. 연무 곳곳에 적들이 몸을 낮추고 그를 노리고 있다.


며칠전에도 에너지의 격렬한 공격에 배가 뒤집힐 뻔 했었다. 폭풍우까지 몰려와 여러차례 배의 난간에 매달려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선실안에서 불안한 밤을 지샜다. 하지만 그는 에너지라는 적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오랫동안 물에 잠긴 도시를 떠돌고 있는 중이다.

도시 곳곳, 적의가 번뜩이고 에너지는 상어로 변신해 출몰하기도 하고 거친 폭풍우로도 밀려왔다. 그는 전쟁 초기 도시가 바닷물에 잠길 때 이미 육분위, 나침반, 항해지도, 작살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는 곧 싸움을 멈출 수도 숨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도 적들에 대항, 어둠속을 돌아다니느라 좀비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공격은 언제나 예고 없이 왔다. 아현이나 강북 등 여러 달동네가 무너졌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속출했다. 물속에서는 어류와 영장류의 중간인 돌연변이들이 태어나기도 했다. 그들은 상어와 비슷한 형상으로 온몸에 갑주같은 비늘과 딱딱한 지느러미, 날까로운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그들도 상어의 배후를 따라 다니며 시체의 찌꺼기를 뜯어먹었다.


지난 밤 충무로와 을지로 사이에서 정박한 그는 '김 00'을 만나 도시의 폐허속에서 건져올린 술을 나눠마셨다.그래서 오늘 그는 숙취도 달래지 못한 채 작살도 없이 상어떼를 잡으러 바다로 다시 나섰다. 바다는 여전히 포연같은 연무에 갇혀 있다. 대신 풍랑이 잔잔했다. 오랫만이다. 그는 그가 살던 곳으로 가서 물속을 들여다 봤다. 거기 아름다운 숲이며, 아이들과 뛰놀던 계곡이 흉칙하게 뭉개져 있다. 꽃과 싱싱한 야채가 가득한 텃밭, 아담한 집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 주변엔 푸른 빛을 잃은 나무들이 앙상한 채 누르스름한 이끼를 매달고 죽어갔다.


그는 잠시 배를 정박한 채 흐느꼈다. 먼저 쓰러진 친구들도 생각났다.
"이제부터 싸움을 어떻게 끝날 수 있을까 ?" #


지난 겨울 유난히 혹독했다. 강추위가 한달 이상 이어졌고 아내와 난 겨울 내내 난방비에 시달렸다. 우리가 돈 벌어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것은 에너지다. 혹한기에 한달 난방비 50여만원. 우리 가계 구성비 중 가장 많다.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교육비야 얼마 되지 않는다.


15년전 단독주택을 지어 입주할 당시 정부는 심야전력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보일러 설치비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며 독려했다. 당시 혹한에도 난방비는 15만원 정도로 급여의 5% 수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두배 수준이다. 월 수입이 오르는 것이 난방비 상승을 따라잡지 못 한다. 앞으로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게 뻔하다.


에너지 구입비용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통비라고 하는 것도 실은 에너지 구입비용이다. 직장에서 집까지 70km. 자동차로 출퇴근하자면 한달 기름값이 50만원쯤 든다. 즉 나의 에너지 구입비용은 한달에 100여만원이다. 그러니 에너지를 벌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꼴이다.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도시 한복판에 사는 내 또래의 4인 가족이 쓰는 난방비는 혹한기에도 20여만원 수준이다. 나는 그들보다 2.5배에 이르는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어딘가 이중적인 가격구조가 있는게 분명하다. 말하자면 나는 저소득층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 한계가정으로 몰린 기분이다. 에너지가 양극화의 한 원인이라는 설명도 가능한 셈이다. 에너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다른 비용을 줄여야할 판이다.


그런데 지금 에너지값을 올리는 것은 리비아나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의 민주화바람이라는 분석이 있다. 리비아의 경우 정쟁 등으로 원유 생산이 급격히 줄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원유값을 올려 그 비용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일단 그런 의견이 타당하다고 할 때 중동의 정치환경이 내가 쓰는 에너지비용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 된다.


(중동 사람들아. 좀 잘 살아라. 다투려면 빨리 끝내든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자면 잣나무골에서 완전히 자립경제를 구축하든지,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주거방식을 바꿔야한다. 주변의 나무들을 연료로 쓰는 등 재래적인 방법으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자면 많은 시간 산에서 나무하느라 보내거나 장작을 패야한다. 힘이 부치고, 나무를 해오기도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직접적인 에너지 생산방식으로 150여㎡ 주택을 태양광설비로 전환하는게 있다. 패널 구입과 설치비로 2000만원 가량 든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진 설비들은 전기를 만들지 못 한다. 즉 온수와 난방만 가능하다. 전기는 여전히 국가에서 구입해야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절약, 일부 대체 등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위한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에너지생활의 내핍화다.


만약 구조조정을 않고 지금처럼 에너지를 쓴다면 에너지 구입비용을 위해서는 일을 더 늘려야한다. 그러나 일을 더 많이 하기는 어렵다. 가능한 방법이란 주말을 이용해 투잡하는 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도 불가능한 방법이다.일자리도 없으며 그런 식으로 고용하는 곳은 다단계 피라미드사업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나의 에너지 생활은 중동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이 내 생애동안 별일없이 살아낸다면 에너지 고충은 덜 할 것이다.


그런데 중동인들만 내 에너지 생활을 방해하느냐하면 그렇지 않다. 현재 산유국 65개국 가운데 60개국에서 신규 유전 발견량이 정점에 도달했고, 49개국에서 원유생산량이 하락세다. 현재의 매장량은 인류가 사용하는데 30여년 정도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내 생애의 말년은 아주 혹독한 에너지 구입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경우 원전 생산량이 11%를 감당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을 연속적으로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여 그 증기로 발전기를 돌린다. 일단 정상가동되면 정상운전을 할 수밖에 없고 낮과 밤의 전기수요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는 기술이 없다.낮에는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를 많이 소비하지만 밤에는 수요가 낮의 절반정도여서 전기가 남아돈다.


그 해결책이 심야전력이다. 밤중에 전기를 소비하는 심야전력 주택이 늘어나면 버리던 야간의 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심야전력 주택은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것을 돕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심야전력이 서민용 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용효율은 47%수준인데다 동절기 심야시간 전력소비가 여름철 피크와 맞먹는 수준으로 바꿨다. 한국전력은 심야전력 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해왔으며 결국 지난해 초 일반사용자에게는 난방용 심야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결국 내가 정부의 원전정책에 당한 셈이다.


또 있다. 자원 고갈을 틈탄 투기세력이다. 주로 미국 등 서방의 핫머니들이다. 이들은 자원을 매점매석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고 있다. 원유값이 급격히 오른 몇년전 핫머니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곧 잦아들었다.투기세력은 21세기 역사에 대한 규정을 바꿔 놓았다. 21세기 이후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 쟁탈의 역사로 써야한다.


21세기 인류는 '지구환경이 모아놓은 과거의 햇빛'인 화석연료를 쟁탈하기 위해 전방위적이며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가와 자본, 개개인들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전투에 참여중이다.


내 에너지 생활을 지배하는 것을 집약해봐도 그렇다. 서방의 나쁜 돈, 중동의 봉건적인 정치체제, 우리 정부 당국의 정책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이 내포돼 있다. 우리 후손들은 지배자들의 손아귀를 더 벗어날 수 없을 터다. 지배자들은 물과 공기, 그리고 작은 자원마저 장악하려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원인들이 우리를 녹색주의자로 만들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아들녀석도 언젠가 녹색이념을 달고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우린 에너지를 대체하거나 줄이기 위한 아무런 지침서가 없다. 오로지 비싼 값을 지불하게만 돼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은 어느 시점에서 폭발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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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상어로 변신한 정부와 공기관, 돌연변이인 투기세력과의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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