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건설 최근 10억원짜리 수도권매립지공가 수주...물량 태부족한 건설업계 현실 반영
공사 규모로 볼 때 중소업체 중 하나가 낙찰 받을 줄 알았지만, 결과는 시공능력 기준 3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업체 S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공사는 매립지공사가 인천지방조달청에 의뢰해 5일 오후 2시 공사입찰을 마친 '유량조정조 준설ㆍ구조 개선 및 소화조 주변 포장공사'였다. 공사 추정 금액은 10억300만원 이었다. 여기에 S건설은 예정가의 87.95%(7억7260만원)에 응찰해 우선계약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 결과를 보고 놀란 것은 발주처인 매립지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이 공사에 지역 내 전문건설업체나 환경설비업체가 응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격심사 대상업종을 '인천 소재 산업ㆍ환경설비공사업'으로 지정해 놨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수주액이 1조원 안팎인 대형 건설업체들이 예전같았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10억 원 짜리 '동네 공사'를 따내기 위해 벌떼같이 몰려 들어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최악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암울한 자화상"이라며 씁쓸해 하고 있다.
인천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대형 건설업체들이 그 작은 공사 입찰에 조차 대거 몰려간 것 같다"며 "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이라면 덩치에 맞게 놀아야 되는 것 아니냐.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중인 S건설도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 어쩔 수 없었다"며 어려운 형편을 하소연했다.
S건설 관계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죽기 살기로 공사 수주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며 "관련 공사 면허를 유지하려면 일정 정도 금액 이상을 수주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까지 1군 업체가 공사를 싹쓸이하면 중소업체는 사실상 문 닫으라는 말이냐"며 "연 매출액이 수천억원 넘는 1군 업체가 적정금액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최저가 입찰에 나서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건설공사 물량은 2007년 127조9000억원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103조2000억원 대에 그쳤다. 특히 공공공사는 더 많이 줄어들어 지난 2009년 58조4000억원에서 올해 35조원 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전엔 대형 프로젝트에만 손을 대던 대형 건설사들이 LH의 아파트 공사 입찰 등 수백억원대의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드는 바람에 중소 건설업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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