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불붙은 영업경쟁…고객은 '요利조利' 쇼핑중
어윤대 KB금융 회장, 대기업 직접 방문
신한ㆍ우리銀도 영업현장 속으로
당국 압박 아랑곳없이 드라이브 강화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안녕하세요. 국민은행 대출영업부입니다. 기존 대출을 보다 싼 이자로 대환해 드립니다."
"다른 은행 것도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기존 대출 외에 추가 대출도 가능합니다."
국민은행 대출모집인과 기자 사이에 있었던 7일 오후 통화 내용이다. 통상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기존 대출보다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며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들 간의 영업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경쟁 은행 고객을 빼내오면 성과평가에 가산점을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드라이브를 가장 세게 걸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국민은행이 속해있는 KB금융지주는 어윤대 회장이 앞장서 올해 자산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고려대 총장 시절 인연을 맺은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직접 영업을 하는 바람에 아래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는 후문이다.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말도 은행에서 간간히 흘러나온다.
신한금융도 한동우 회장과 함께 영업에 불이 붙었다.
국민은행은 올들어 3월말까지 3개월사이에 대출·예금 등 8개 신상품을 내놨다. 민병덕 행장은 직접 현장에 나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민 행장은 지난 1일 월례조회에서 "올해 금융기관 최고의 성과를 이룩하고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해 리딩뱅크의 위상을 확실히 다지는 한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6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5년까지 국내 1위 및 아시아 10위 달성 목표를 밝혔다. "강한 현장을 만들어 자산관리·우량자산·퇴직연금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확고한 1위 지위를 확보할 것"이란 의지도 나타냈다.
지난달 부임한 이순우 우리은행장 역시 취임식에서 "강력한 영업조직을 만들겠다"며 우리나라 1등 은행 비전 달성 의지를 밝혔다.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방을 돌며 영업현장을 찾아 고객 및 직원들을 직접 만난다.
김 행장은 올 2분기 조회사에서 "고객수 증대가 은행의 수익기반을 늘리는 근본적인 해결전략"이라며 "고객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하나같이 영업강화를 외치면서 시장은 과열되고 있다. 기업과 은행의 릫갑을관계릮는 뒤바뀐 지 오래다. 예전에는 기업이 은행에 손을 먼저 내밀어야 했지만 이제는 은행들이 기업을 모시기 바쁘다. 자영업자들은 대출금리 쇼핑에 나설 정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1분기 7조9000억여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증가액인 10조5960억원보다는 25.4% 줄었지만 전년 동기 증가액(4조6118억원)의 두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은 이미 8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 가계 빚이 총 795조3759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금융당국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주 국민은행에 대한 예비검사 결과 기업대출 규모가 올 들어 2개월 만에 무려 1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우려에 은행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는 건 문제지만 적당한 경쟁은 고객에게 이득이란 판단이다.
한편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행태 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에 은행들은 중소기업 및 가계일반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출행태지수가 21로 2002년 1분기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갔다. 이는 카드대란 직전의 대출자산 확대 경쟁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은행들이 외형확대를 위해 우량업체를 중심으로 대출취급 조건을 크게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도 은행 간 소매금융 경쟁이 거세지면서 취급기준이 느슨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자금의 경우 지난달 금융당국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되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대출 문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우량 고객을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행태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100 사이에서 움직인다. 100에 가까울수록 은행들이 대출기준을 완화한다는 의미고 -100에 가까워지면 그 반대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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