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멘트-레미콘 분쟁 양보 미덕 보여라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우리부터 살아야 하는데 누굴(레미콘 업체) 봐주고 하겠습니까. 우리가 사회공헌기업도 아니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시멘트 회사가 사회공헌기업이 아니라는 표현까지 할 만큼 기업을 살려야된다는 그의 목소리가 절박해 보였다.
같은 시각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가격을 6만7500원대로 인상하면서 '환원'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 조소했다. 그는 "2009년 당시 6만7500원으로 시멘트 가격을 올린 이후 자기들끼리 과열경쟁해 가격을 내려놓고는 이제와서 또 제맘대로 가격을 올린다고 떠든다"며 "과거에 받았던 가격으로 환원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시멘트 업계가 어이없다"고 비꼬았다.
시멘트 가격이 오를 때마다 레미콘 업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시멘트를 받아 사용해야 하는 레미콘 업계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레미콘의 재료비 가운데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정도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가격도 올려야 한다.
문제는 레미콘 업체가 건설업체와 가격 협상을 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가 시멘트 가격 인상분 만큼 건설업체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했을 때 이를 받아들일 건설업체는 없다. 건설업체조차 불경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때마다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불과 2년 전에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장 레미콘 업계는 반발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임원들이 직접 주요 시멘트 업체들을 방문해 항의까지 했다. 시멘트 업계는 공급중단이라는 강경책을 썼고 양측이 협의하에 적당한 수준에서 인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질 분위기다. 시멘트 업계의 가격 인상이 공식화될 경우 레미콘 연합회는 시멘트 주요 업체들을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시멘트 가격이 오른 만큼 상승분이 동일한 시점에 레미콘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소레미콘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결국 부동산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의 생활경제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결국 누군가 양보를 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느 업계가 더 고려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