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풍 낙농진흥회 회장 인터뷰
대담 = 김영무 산업담당 부국장 겸 산업부장


살처분 젖소 비중 크지 않아
190만t 원유생산땐 소비충분
낙농목장 긴급보상이 급선무

[아시아초대석] "젖소 91.5% 생존 우유대란 해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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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항간에는 구제역 여파로 우유대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정부와 낙농가,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맡고 있는 진흥회가 서로 협력하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합니다."


구제역 발생 100일. 미친 듯이 전국을 휘감았던 구제역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만 타격을 입은 낙농산업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자식 같은 소들을 땅에 묻은 낙농가의 가슴은 핏빛으로 시커멓게 멍들었다.

이들의 아픔을 달래고 고충을 나누는 단체가 있다. 낙농가만큼이나 애가 탔던 낙농진흥회다. 7일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 본사에서 만난 문제풍 회장은 100일 사투를 치른 탓인지 조금은 초췌한 모습이었다.


문 회장은 구제역 여파로 제기되고 있는 우유대란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장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된 젖소는 3만6000여두로 총 젖소수의 8.5% 수준"이라며 "이에 따라 지난해 원유 생산량에서 20만t이 줄어든 190만t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음용유 시장에서 소비된 원유가 155만t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 회장은 "치즈, 발효유, 제빵 등에 사용되는 유제품이 전체적으로 약 5% 정도 모자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분유 수입을 통해 무리 없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끊이지 않는 젖소 수입 논란에 대해서 문 회장은 "소를 수입하고 안 수입하고는 누가 하라 하지마라는 차원이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필요하다면 젖소를 수입해야 하겠지만 이는 정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 농가가 판단해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젓소 수입이 우유 수급과 직결되는 만큼 공급자인 낙농가들이 수입의 필요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 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구제역 사태로 삶의 기반이 무너진 낙농가를 위한 보상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농산업은 단지 소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착유를 위해 필요한 모든 장비를 구비해야 하는 장치산업"이라며 "자동화 시설인 로봇 착유기의 경우 3억원이나 하는 등 초기 낙농목장을 차리기 위해선 최소 10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초기 비용이 드는 낙농산업의 특성상 보상이 긴급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낙농산업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그는 최근 국제곡물값이 치솟는 등 앞으로 국제적인 식량자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낙농업을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농림업 생산액은 42조9951억원으로 2008년(39조6626억원)에 비해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농업 생산액이 41조3643억원으로 대부분이며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축산업이 16조4840억원으로 38.3%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 회장은 무너진 낙농 산업의 회복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우려했다. 여타의 가축과는 달리 낙농업은 원유를 생산하는 특수성 때문에 수익성을 되찾기까지 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젖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산업의 특성상 무너진 생산기반을 복구하는데는 최소 2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현재의 수급불안정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수급안정을 위해 전ㆍ탈지분유 긴급수입, 연간총량제 도입 등을 정부에 건의해 이미 시행되고 있다"며 "정부의 낙농산업발전종합 대책에 대한 합의 도출과 원유산정체계 개선을 마무리해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문 회장은 국내 낙농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수출 활성화 등을 고심하던 차에 구제역 사태를 겪었다. 그 바람에 기대를 걸고 추진하던 'IDF 낙농정책 컨퍼런스'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문 회장은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제98차 IDF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된 이후 올 4월 서울 개최를 추진했다. 국제 낙농ㆍ유업 정책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정회원 국가가 된 것은 2006년 중국 상하이 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지 4년 만이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 낙농업계가 사실상 최초로 개최하는 국제행사로 이를 통해 한국 낙농이 세계화에 동참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구제역이 발생하자 올해 행사가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문 회장은 "IDF 컨퍼런스를 통해 세계 낙농인들을 모아 한국 낙농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기술은 물론, 국내 낙농제품 및 기계들을 수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했다"면서 "이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의 교량으로서 한국 낙농의 위상을 높여 한국낙농의 세계화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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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제역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번 구제역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방역은 물론, 제도 개선에 있어서 철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문 회장은 "백신접종으로 구제역 확산이 멈추었다고는 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봄철 유동인구가 급속히 증가해 다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축산농가 단위의 방역은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할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거론되고 있는 축산업면허제 도입, 지자체별 초동 방역체계 구축, 방역 매뉴얼 재정비 등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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