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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폭탄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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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석유가 폭탄이 된다고?.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3월5~11일)에서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를 날려버릴 힘이 있고 중동이 불똥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드럼통에 연결된 심지에는 불꽃이 붙은 삽화를 게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역의 지정학과 지질학의 가연성 혼합물이 큰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예로 1973년의 아랍의 석유금수조치, 1978~79년 이란 혁명,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들었다.
중동 전역에 걸쳐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시위는 세계를 새로운 오일쇼크에 빠뜨릴 위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코노미스트는 "걱정할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고 자문자답했다.

◆지금까지 시장반응은 온건하다. 그러나=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전 세계 석유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고 리비아는 생산량의 절반을 줄였다.

그러나 시장반응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2월24일 리비아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는 등 15%나 상승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유가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 지난 2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6 달러로 연ㅊ로에 비해 20% 올랐으나 2008년 최고치에 비하면 크게 낮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지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0.2~0.3% 포인트 낮아지겠지만 선진국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물론, 공급부족은 언제든지 유가를 치솟게 할 위험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 공급에 준 충격은 매우 작다는 게 이코노미스트 판단이다. 리비아의 소요사태는 글로벌 석유생산량을 고작 1% 줄였을 뿐이다. 1973년 이 숫자는 무려 7.5%였다.

이는 오늘날 석유시장이 많은 완충장치를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각국 정부는 1973년에는 없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상업적 재고량도 2008년 당시보다 많을 뿐더러 사우디아라비아는 리비아와 튀니지를 대체할 정도의 추가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생산의지도 분명히 했다.

다만 적정량을 적정시간에 적정장소에 공급하는 것과 360억 달러를 풀어 청년층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 점 등이 공급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걱정거리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우려 높아=유가는 공급부족외의 다른 요인 때문에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세계 석유수요는 공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중동이 조금만 불안해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가를 더욱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

글로벌 생산이 석유에 덜 의존하고, 인플레이션이 낮고, 임금 또한 에너지가격 견인 물가상승을 따르지 않을 것 같으며, 따라서 중앙은행도 억지로 반응할 필요가 크지 않는 등 세계 경제는 9170년대처럼 고유가에 덜 취약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덜 취약하다는 게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가가 더 비싸진다는 것은 석유수입국에서 석유생산국으로 소득이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 석유생산국은 벌어들이는 달러를 덜 쓰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성장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이 0.25% 포인트 하락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현재 세계 경제가 연율 4.5%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런 비율의 성장률 하락이 발생하려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 이상까지 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유가는 조금만 올라가도 성장을 약화시키고 인플레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경제는 행운아다. 미국은 석유중독으로 유가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플레이션이 낮아 선택여지가 상대적으로 많다.유럽도 석유에 중과세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의 충격은 덜하다. 그런데도 유럽중앙은행은 금리인상 방침을 밝혀 여전히 회복세가 미약한 유럽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가 골치거리라고? 중동이야=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에서 가장 큰 위험을 소극성(inaction)이라고 못박았다.

유가가 오르면 식품가격을 올려 식품가격 지출이 국민 소비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 브라질,인도 등에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들 나라 정부의 조치가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려왔지만 자주 때를 놓쳤고, 통화정책은 느슨하며,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신흥시장의 각국 정부들의 정책이다. 이들 나라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식품과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해왔는데 보조금은 소비자들이 물가상승에 둔감하게 하는 것은 물론, 정부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위험은 중동 그 자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 결론이다. 이 곳에서는 식품과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만연해 있고, 정치인들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보조금을 더 늘리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보조금을 더 늘리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없애려면 보조금을 없애고 극빈층을 지원하는 것이지만 어느 정치인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악의 경우 고유가와 정치불안이 서로 원인을 제공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악순환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단기 세계경제전망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태하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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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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