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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국부펀드 KIC를 앞질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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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국민연금이 한국투자공사(KIC)보다 해외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빅3 해외투자자'로 꼽히는 국민연금과 KIC의 해외투자 규모는 총 81조원(환율 1100원 기준). 이들 두 기관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2500만명) 1인당 약 324만원씩 모은 돈을 해외에서 운용하는 셈이다.
7일 보건복지부와 KIC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수익률은 12.12%로 11.71%를 기록한 KIC보다 높게 나타났다. 해외채권 투자수익률 역시 7.04%로 5.60%를 기록한 KIC보다 높았다.

KIC는 달러 기준, 국민연금은 원화 기준으로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어 직접적인 비교가 힘들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연금의 투자에는 매번 환헤지(hedge, 위험회피)가 뒤따른다는 점에서 환율변동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수익률 비교는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국민연금이 국부펀드 KIC를 앞질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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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관의 성과급 기준이 되고 있는 '벤치마크(BM, Benchmark, 비교평가)' 지수 대비 수익률 역시 국민연금 쪽이 더 높았다.

해외주식 투자 BM대비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1.64%포인트를 기록해 전년(1.26%포인트)보다 상승한 반면, KIC는 마이너스 0.23%포인트로 전년보다 낮게 나왔다.

해외채권 부문 역시 국민연금의 BM대비 수익률이 0.95%포인트로 전년(0.77%포인트) 보다 더 좋게 나온 반면 KIC는 0.35%포인트로 전년(1.71%) 대비 하락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액은 지난해 말 기준 총 40조6000억원으로, 주식이 19조9185억원, 채권이 13조2882억원, 대체투자가 18조8981억원이다.

KIC는 채권 및 주식투자가 298억7000만달러(약 33조2300억원), 대체투자 13억달러(약 1조4400억원),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투자 23억5000만달러(2조6000억원) 등이다.

기로에 놓인 국부펀드…공격이냐 안정이냐

금융위기 파고를 넘어 최근 중국투자공사(CIC) 등 해외 국부펀드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우리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KIC의 경우 자체 재원을 갖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CIC 등 해외 국부펀드들과는 달리 외환보유액과 외평기금을 위탁받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제한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 

KIC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대체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있지만 위탁기관이 제시한 투자기준에 묶여있어 한계는 여전하다.

◇보수적 운용으로 수익률 저조 = 7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KIC의 국회 업무보고에 따르면 KIC의 성적은 국민연금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IC 내부에서는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수동적) 전략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한다. KIC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액티브(능동적) 투자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직접투자 위주의 패시브 투자가 주를 이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2009년부터 KIC의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스콧 칼브 투자운용본부장(CIO)이 헤지펀드 출신으로 주식 및 채권투자에는 강점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KIC가 제 역할을 하려면 공격적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2008~2009년 2년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말하기 어려웠다"며 "최근 국제 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된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해도 좋은 때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국부펀드들의 동향도 전 연구위원의 지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투자공사(CIC)가 대표적인 예다. CIC는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북미,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투자금액을 늘려 투자규모가 33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전용펀드를 설립하고 삼성자산운용을 운용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 중동지역의 국부펀드 규모는 지난 2009년말 현재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 규모로는 세계 2위인 일본과 5위인 인도도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곧 국부펀드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KIC의 한계는= KIC는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는 다른 국부펀드들과 달리 위탁받은 돈을 대리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 투자가 힘들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해외 주요 국부펀드들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성격을 갖고 있어 투자방식에 제약없이 투자할 수 있는 반면, KIC는 위탁기관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투자하고 있어 공격적 투자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민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KIC는 외부에서 자금을 위탁받아 투자목표에 따라 목표수익률만 맞추는 '자산운용사'에 불과하다"며 "KIC 투자자금의 근간이 되는 외환보유액과 외평기금의 성격도 수익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KIC의 외환보유액 운용은 제한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한은과 기재부가 KIC와 맺은 위탁계약에서 트래킹에러(추적오차)를 정해놓고 이 한도 내에서만 투자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좇아야 = 국부펀드간 수익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KIC는 현재의 보수적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국부펀드의 경우 대부분 석유 등 국가 잉여자금으로 조성된 반면 KIC의 자금은 국가의 비상금 성격이 강하다는 견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중동이나 노르웨이 등 자원부국의 국부펀드와 우리의 국부펀드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제조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외환유보 상태로 쌓이면서 외환보유고가 형성됐고, 유동성 관리와 직결되어 있는 만큼 보수적인 운용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개선된다 해도 여전히 불안정성은 남아 있는 만큼, '제 2의 메릴린치' 투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KIC는 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20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2조2000억원)를 투자했다가 서브프라임사태로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인수되면서 주가가 급락, 큰 손실을 입었다. 투자 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릴린치에 대한 누적수익률은 -50% 수준이다.

이에 더해 올해 글로벌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남유럽 신용위기 등 여전히 크고 작은 대내외 악재들이 포진하고 있어 자칫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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