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시장의 싸움 '2라운드'

[아시아 블로그]밥과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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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지난 2일 무상급식이 전국 광역ㆍ지자체 단위로 부분 혹은 전면 실시됐다. 그러나 아직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포퓰리즘' 논란은 간단히 사라질 것으로 보이질 않는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밥과 포퓰리즘, 이에 얽힌 역사 한 페이지를 들춰보면 그 논란의 비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산티아고'의 마른 하늘이 비를 뿌렸던 아옌데의 죽음이 그것이다.

1970년 칠레의 대통령을 선출된 아옌데는 73년 3월 그의 궁에서 군인들에 의해 사살됐다.당시 칠레는 우리보다 잘 살았고, 국제적인 위상도 높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자기 나라 군인들에게 죽음을 당한데는 어린이들의 굶주림이 작용하고 있다.


아옌데의 인민전선은 101가지 행동강령 중 첫번째는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제공하는 것으로 정했다. 당시 칠레는 높은 유아사망률과 어린이 영양실조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아옌데와 그의 동지들은 '포퓰리즘'으로 무참히 공격당했다. 일단 대통령에 당선한 아옌데는 공약 실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곧 다국적 이유식기업인 네슬레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커피, 우유를 장악하고 있는 네슬레는 칠레의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에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네슬레는 즉각적으로 아옌데에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반발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아옌데는 집권과 동시에 키신저를 비롯한 미국정부와 다국적기업, 친미적 군부로부터 고립됐다. 결국 아옌데는 CIA의 사주를 받은 피노체트 일당에게 죽음을 당했다. 칠레의 경우는 음식시장과 권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포퓰리즘이란 논리가 가져온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지금 지구상에는 9억명 정도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사는 아시아에서는 5억명 이상이 굶주림으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며,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2억명이 굶고 있다.매년 이들 중 1000만명이 실명하고 있다. 규칙적으로 비타민 A를 복용하기만 해도 걸리지 않을 재난이다. 현재 지구 인구 17%가 기아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굶는 인구 중에는 계층적으로 농민들이 가장 많다. 또 연령별로는 어린이, 노인이 대부분이다.


부유한 나라에서도 기아는 만연해 있다. 군사력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금, 우라늄, 석유, 천연가스가 풍부한 자원부국이다. 지난 97년 엘친은 영양학자, 의사, 인류학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기아와 만성 영양실조를 해결하려 했지만 한 세대가 거의 지나갈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세계에서 식량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브라질의 경우도 북동부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명, 농업생산량은 120억명 규모다. 그런데도 기아인구가 천문학적이다. 자연재해인가 ? 운명인가 ? 굶주림은 그저 단순한 '고통'이며 '누구도 구제하기 어려운' 불행인가 ?


우리나라에도 매년 100만명의 학생이 굶주린다. 이로 인해 이성 있는 지식인마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이들에게 밥을 주자는 것에 우파들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다. 포퓰리즘 ? 사전적 의미로는 대중영합주의로 풀이된다. 대개 '선심성 정치'로 이해한다. 더 나아가는 사회균형을 해치는 '좌파 극단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


온갖 논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인 밥 굶는 학생들에게 국가가 밥을 주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해결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지불 능력을 갖추지 못 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이런 문제를 시장에서 해결할 것인가, 사회 전체가 해결할 것인가다. 사회 전체가 해결할 때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어쩌면 논란은 간단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비용을 부자들에게 부담시킬 것이냐다.


그전에 조용히 눈을 감아 보고 생각해볼게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퍼부은 폭력들을 말이다. 지옥같은 입시경쟁, 주입식 암기 교육, 사교육, 학원 등등...학자들이 아니더라도 문제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수만의 밥 굶는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누구라도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먹어야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제때 밥을 먹지 못해 발육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후 질병에 걸릴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밥 굶은 이들이 나중에 질병이 걸려 이를 치료하는데 지불할 비용과 지금 밥을 줌으로써 드는 비용 중 어느 것이 유리한 지는 아직 실증적인 데이터가 없다.이때 건강 회복비용의 지출이 밥을 제공하는 비용도 더 클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어떤 비용인가는 반드시 지불토록 돼 있다.


'포퓰리즘'을 두고 가장 선봉에서 싸우는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이 논쟁에서 엄청난 수혜자가 됐다. 지지율이 오르고, 대권후보 반열에도 올랐다. 그는 '낙동강 전선'에서 홀로 싸우기를 자처했으며, 피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손에는 '포퓰리즘'이라는 무기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우리 사회의 식량 분배에 대한 전권을 쥐고 건곤일척의 싸움터에 나와 있다.


그는 아직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함께 싸워줄 병사들을 끊임없이 모으고 있다. 이건희회장같은 부자들에게도 손자의 밥값을 분명히 받아야한다는 일념을 불태우면서. 한 팔을 내주더라도 적의 목은 반드시 치겠다는 듯 결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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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그의 싸움에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의 동지들이 먼저 투항한 형세다. 특히 박근혜 전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달성이나 안상수대표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 의왕지역이 선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했으니 말이다. 현재 전체 244개 지자체 중 200여개 가량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다수는 오시장의 한나라당 소속이다.


여기에 서울시민들은 대부분 무상급식을 찬성하고 있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 한 가운데 외로운 배 한척, 온갖 풍랑을 '포퓰리즘'이라는 칼날로 쳐내는 오시장의 싸움이 어떤 항구에 도달할 지 자못 궁금하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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