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 체험 1박2일]"꿈이 현실로...전기도 직접 생산"
숯불갈비..불 끄고 영화보기..우아한(?) 하룻밤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실내가 약간 싸늘했다. 일단 짐부터 내려놓고 ‘습관처럼’ TV를 켰다.리비아사태가 점차 격화되고 있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각종 생활물가도 오른다는 심란한 뉴스도 이어졌다. 배가 고팠다. 숯을 꺼냈다. 고기를 구워먹기로 위해서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 '에너지소비량=0' 도전, 제너하임(Zener Heim)
= 겉으로 봐서는 189.85㎡(약 57평)의 복층형 타운하우스로 특별할 것이 없는데 70가지 친환경 아이템이 들어 있다. 바깥에는 태양광자전거가 보관소 지붕에 설치된 모듈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직접 타본 전기자동차는 덜컹거리는 게 아직은 장난감 같았다.
제로에너지 체험을 위해 1박2일 묵은 이곳은 대우건설의 친환경주택 ‘제너하임(Zener Heim)'. 제너하임은 제로에너지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의 합성어다. 에너지 수급난이 예고된 가운데 경기 동탄의 타운하우스에서 본지 기자들이 에너지 아끼기에 돌입했다.
에너지 소비량 총합을 제로(zero)로 만드는 게 목표다. 제너하임은 냉난방, 조명, 급탕, 취사 등에 쓰일 에너지 가운데 40%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아 ‘수동적’으로 마련하고, 60%는 지열, 태양광, 태양열, 연료전지 등의 기술을 적용해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였다.
“매일 제로에너지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나요?”
“주말 체험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가족단위로 많이 오시죠. 체험주택에서 얻은 정보는 앞으로 회사 기술연구원에 축적돼 분석용으로 쓰입다.”
이지연 주택사업본부 대리가 체험자들을 2층으로 오르는 층계로 안내했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적외선센서가 감지해서 차례대로 LED 유도등이 불을 밝혔다. 2층에 놓인 운동발전 자전거는 에너지 손실없이 배터리 충전으로 이어진다. 저녁 먹고 운동삼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동센서에 '검사'받고 상추 씻기
= 콜록거리며 숯불에 구운 고기를 식탁에 내왔다. 상추 등 야채를 씻으려 싱크대 수도꼭지를 올렸다. 반응이 없다. 알고 보니 바닥부분에 광센서가 부착된 싱크절수기가 있어서 물을 쓰기 전에는 검사를 받아야 했다.
콸콸콸 나오는 물을 정말 물쓰듯 써왔던 터라 매번 센서의 ‘사전검열’을 받는 게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심결에 틀어놨던 TV도 끄고 식탁위의 간이조명만 켜놓기로 했다. 거나한 식사가 끝난 뒤에는 아까 2층에서 눈여겨봤던 운동발전 자전거를 탔다. 에너지 소비량 제로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바퀴를 굴렸다.
◇ ‘죄책감’에 불끄고 영화보기
= 오랜만에 느끼는 주말의 달콤한 휴식을 맘껏 누리고자 영화 한 편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망설여졌다. 120분짜리 영화 한 편을 보면 전기소비량이 꽤나 올라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어서다. 결국 전기도 아끼고 영화관 분위기도 나도록 집안의 전등은 모조리 껐다. 그나마 거실과 부엌의 조명과 커튼을 통합해서 제어하는 시스템 덕분에 쇼파에 앉아 자동으로 닫히는 커튼을 보는 것이 작은 호사였다.
◇ 74곳에 온도감지센서 설치..가벼운 복장으로 수면
= 집안에는 총 74곳에 열전대가 설치돼 단열성능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단열가스를 주입한 고기능성 유리창과 소음차단까지 해주는 PVC 이중창까지 아늑한 집안의 조건을 갖췄다. 아울러 삼림욕 효과가 나는 나무칩 벽지. 유해성분이 방출되지 않는 콜라겐 페인트, 화산재로 만든 습도조절 타일, 옥수수 전분벽지까지 더해져 실내에 좋은 공기가 흘렀다. 덕분에 가벼운 복장으로 달콤한 수면에 들 수 있었다.
◇ 남은 에너지 22kWh로 합격..높은 설비비용은 '진입장벽'
= 제로에너지 도전을 위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이 대리를 다시 만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저희가 쓴 에너지량을 확인해 볼 수 있나요?”
“그럼요. 실시간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일일누적치를 보면 됩니다.”
이 대리가 보여준 통계를 보니 에너지 생산량 70kWh'에 에너지 소비량은 48kWh로 총 남은 에너지량은 22kWh였다. 성공이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으로 18kWh의 전기가 생산됐고 태양열과 연료전지로는 온수로 쓸 28kWh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난방을 위한 지열에너지 24kWh도 생산량에 기록됐다. 총 에너지 소비량 48kWh 가운데 반이 넘는 27kWh는 전기소비에 쓰였고 난방에 19kWh, 나머지 2kWh는 온수사용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120분짜리 영화가 미친 영향이 컸나보다.
“남은 에너지는 어떻게 저장하나요?”
“지금 체험가구에서는 잉여분을 축전지에 모아 두지요. 앞으로 남은 에너지는 푸르지오 하임 단지의 공동전기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제로에너지 도전은 성공을 거뒀지만 시설설비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녹색주택을 위한 높은 건설비용은 당분간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너하임 집값은 얼마 정도 하나요?”
“이렇게 많은 기계설비를 이 정도 좁은 공간에 넣는 것도 기술이 좋기 때문입니다. 설비비로 4억~5억원 정도 들어가면 시세 고려할 때 한 15억원정도 됩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