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입장 대변 숙제...전임 회장 오랜 공백에 따른 분위기 쇄신 시급
허 회장은 24일 제33대 전경련 회장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불안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에게 공산품 가격 인상 억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당연히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있으면 (정부에) 말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조석래 전 회장이 건강 문제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서 전경련이 정부와 재계간 창구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그는 국민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5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하면서 (재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래도 어느 나라보다 적었다"며 재계의 사회적 위상을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 국민들이 전경련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파악해 다가가겠다"며 전경련이 재계와 국민간 거리를 좁히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허 회장이 취임사에서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제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싱크탱크 역할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역할 부재 지적이 나올 때마다 '싱크탱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허 회장은 전경련을 정치 집단이 아닌 정책 집단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는 가격 인상 억제, 막무가내식 손벌리기 등 정부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허 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얼마나 제대로 대변해줄 것인지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내비친다. 또한 전임 회장의 오랜 공백에 따른 일부 임원들의 이기주의 행태를 하루빨리 근절해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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