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옥빛, 쪽빛, 초록' 3색교향곡 남해 봄 풍경
남해에서 띄우는 봄 편지-살랑살랑 따스한 해풍…파릇파릇 생명의 향연
긴 추위를 뚫고 초록빛 봄이 남해에 당도했다. 해안을 끼고 있는 밭마다 마늘과 시금치들이 초록의 기운을 물씬 뿜어낸다. 옥빛 하늘과 쪽빛 물빛이 어우러지면서 남해의 바다는 따스한 새봄의 교향곡을 울린다.
차를 몰았다. 회색빛 도시의 빌딩들이 지나간다. 지난 폭설에 아직 눈이불을 덮어쓰고 있는 산과 들이 스친다.
덕지덕지 찍어 바른 회색의 도시가 남쪽으로 향할수록 색깔을 더해가고 있다.
남해고속도로에 올랐다. 부드러운 남해의 공기가 얼굴을 핥으며 반긴다. 봄향기 풍기는 쪽빛 바다와 파릇파릇 새순 돋는 들과 산, 이것이 남해다.
남해에 내려앉은 봄볕이 따스하다. 파릇한 마늘 잎들이 논과 밭을 따라 춤을 추듯 함께 달린다.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싱그러운 봄향기를 품은 바람은 상쾌한 온기를 전해준다. 굴곡진 삶의 터전인 다랑이논을 넘어선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들판과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길손을 맞는다.
이 풍경이 좋다. 그래서 봄이면 남해를 찾는다.
봄꽃이 아수성을 피우기 전 남해는 차분한 초록빛이다. 바다가 마늘밭이 되고 마늘밭이 바다가 된다.
촘촘한 등고선을 그리며 설흘산(481m)을 내려온 마늘밭이 바닷가 밭두렁에서 거친 호흡을 고른다.
앵강만에서 솟은 해가 평생 마늘을 뽑던 어머니의 깊은 주름처럼 밭두렁에 짙은 그림자를 그린다. 순간 바닷바람이 초록빛 마늘밭에서 춤을 춘다.
경남 남해군은 섬이다.
남해도와 창선도의 두 섬을 비롯해 유인도 3개와 무인도 65개로 이뤄졌다.
마치 나비가 활짝 날개를 편 모양새다. 왼쪽 날개가 남해도라면 오른쪽 날개는 바로 창선도다.
남해군의 면적은 동서가 26㎞, 남북으로는 30㎞ 남짓하다. 하지만 들고나는 해안선이 복잡해 그 길이가 302㎞에 달할 정도다.
남해의 봄 향기는 남해대교를 건너기 전부터 짙어진다. 진교IC를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도로변에 파릇파릇 보리가 새싹을 돋운다. 초록의 마늘밭은 상큼한 향기로 가득하다.
남해 봄 여행은 섬 외곽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를 지나자마자 77번 국도로 갈아타면 해안을 끼고 있는 아담한 마을들이 불쑥 불쑥 나타난다.
밭마다 마늘과 시금치들이 초록의 기운을 뿜어낸다.
남쪽 바다의 쪽빛 물빛과 옥빛하늘이 어우러지면서 그 따스한 느낌은 더하다.
남해 마늘밭은 다랑이논으로 유명한 가천에서 절정을 이룬다. 가천마을은 설흘산과 응봉산(412m)이 만나는 45도 급경사의 중간쯤에 자리한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다랑이논이 바닷가에서 설흘산 8부 능선까지 100층이 넘도록 촘촘한 등고선을 그린다.
척박한 삶이 빚은 다랑논에도 초록색 마늘이 한 뼘 크기로 자랐다. 금방이라도 굴러 내릴 듯 바닷가 절벽 위의 마늘밭에서 밭일을 하는 아낙의 모습은 쪽빛 바다와 어우려져 봄 풍경화를 그린다.
다랑이논에는 '삿갓배미'란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옛날에 한 농부가 김을 매다가 논을 세어보니 한 뙈기(논의 한 구획)가 모자라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삿갓을 들자 그 속에 한 뙈기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
가천마을에서 홍현마을에 이르는 해안관광도로는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듬뿍 묻어난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는 낚싯배들이 한가롭고 구름 틈새로 쏟아지는 햇살은 바다에서 황홀한 빛의 잔치를 펼친다.
마늘밭은 호수처럼 조용한 앵강만을 마주한 홍현마을에서 더욱 파릇파릇 생기가 돋는다.
바다가 앵무새처럼 예쁘다고 해서 특이한 이름을 얻은 앵강만은 활처럼 휜 해안선을 따라 띄엄띄엄 들어선 포구가 마늘밭과 어우러져 정겹다.
앵강만 입구에는 서포 김만중의 마지막 유배지인 노도가 있다. 김만중은 섬 속의 섬인 노도에서 사씨남정기와 서포만필 등을 집필했다.
노도행 낚싯배가 드나드는 벽련마을을 에두르면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상주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의 풍경이 차창을 스친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불리는 미조항에서 물건방조어부림, 창선교까지 이어지는 해안관광도로는 롤러코스터 코스다.
해안선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좌우로 굽어 돌 때마다 아담한 포구가 펼쳐진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과 꽃망울을 피운 동백나무 그리고 마늘밭의 반사광이 눈을 부시게 한다.
이맛에 봄이면 남해로 간다.
남해=글ㆍ사진=조용준 기자 asiae@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 회덕분기점 지나 판암I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타고 가다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 이용. 하동 진교IC에서 남해방향으로 20분정도 가면 남해대교. 사천에서 창선대교를 건너는 방법도 있다.
▲볼거리=남해금강이라 불리는 금산(681m)과 보리암을 빼놓을 수 없다.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들로 뒤덮인 38경이 절경. 또 노도, 이순신장군 유적지인 노량과 충렬사, 편백자연휴양림, 해오름예술촌, 다랑이논을 잇는 바래길, 창선 죽방림 등도 볼만하다.
▲먹거리=남해대교 아래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잡은 생선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일품. 유진횟집(055-862-4040)은 자연산회와 우럭찜을 잘한다. 20여년 동안 한결같은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우럭찜은 특별하다. 또 지족해협에는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를 이용해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많다.
▲잠잘곳=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급 객실과 개인 풀, 야외 자쿠지까지 갖춘 남해힐튼스파리조트가 가장 고급이다. 해안가를 따라 펜션과 민박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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