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세력이 점령지역을 넓혀가고 국제사회의 카다피 비난도 거세져 시위 9일째를 맞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카다피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리비아발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로 이날 주요국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고 유가와 금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23일(이하 현지시간) 주요외신들에 따르면 카다피의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은 수도 트리폴리와 인근 서해안 일부 지역으로 축소됐다. 반정부 시위대와 이에 동참한 군부 전향세력은 제2의 도시 벵가지를 비롯해 세번째 도시 미스라타, 트리폴리에서 50km떨어진 자위아 등 점령지를 넓히고 있다. 1600km에 달하는 동부 지중해연안 대부분은 반정부 세력 수중에 있다.

군부와 정권 내부에서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 2명이 민간인에 대한 폭격 명령에 반발해 전투기를 동부 사막 지역에 추락시키고 낙하산으로 긴급탈출했다. 조종사 중 한명은 카다피의 출신 부족인 카다파족인 것으로 알려져 유일한 지지부족이었던 카다파족의 전향도 예상된다. 미스라타 지역에서는 군 장교가 라디오 방송으로 시위세력에 대한 "전면적 지원"을 선언했다. 지난 21일에는 내각 2인자인 내무장관이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것을 촉구하며 사퇴했고, 해외주재 대사들도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며 줄줄이 사임했다.


궁지에 몰린 카다피는 트리폴리 사수에 힘쓰고 있다. 22일 카다피의 방송 연설이 있은 뒤 친카다피 보안군과 북아프리카출신 용병들이 공중에 총기를 난사하고 가택을 수색해 반정부 시위자들을 연행하며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카다피여 영원하"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시민들은 골목골목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집안에 머물러 트리폴리 시내는 거의 텅 빈 상태다.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리비아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력 종식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폭력은 용인될 수 없고 유혈사태는 중단돼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포함해 폭력종식을 위한 여러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국제사회가 이런 중대한 인권유린에 구경꾼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며 리비아와의 경제관계 단절 등 강력한 제재를 유럽연합(EU)에 제기했다.


네이비 필레이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시위진압용 전투기 동원이 사실이라면 민간인 보호수준을 즉각 높여야 한다"며 비행금지구역 지정 검토를 시사했다.


국제시장에서는 리비아 정정불안에 따른 석유공급 차질 우려가 커져 23일 미국, 영국 등 서방 주요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유가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가 장중 한때 100달러를 넘겼고, 4월물 북해산 브렌트유가 111.37달러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로 마감하는 등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이날 리비아와 알제리의 석유생산이 중단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산되면서 금값이 2달새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편 카다피 일가가 그동안 석유산업을 '봉'으로 여겨온 증거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통해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리비아주재 미국 대사관이 2009년 4월 본국에 보낸 전문에는 카다피가 외국석유업체들을 모아 놓고 리비아가 앞서 2008년 미국에 지불한 테러 보상금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변상하라고 협박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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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카다피 정부 고위관료들은 외국계 석유관련 업체 15개사 대표를 불러놓고 "돈을 내지 않으면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와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 총리서리이던 알 바그다디 알 마흐무디는 "순순히 협조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카다피의 아들이자 국가안보자문이었던 무아타심은 자국 국영기업인 석유공사에서 돈을 갈취했다. 2008년 7월 외교전문에 따르면 무아타심은 보안부대 강화 명목으로 석유공사에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를 요구했다. "그는 석유공사를 개인금고처럼 이용했으며, 이런 관행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외교전문은 밝혔다.


김민경 기자 sky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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