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1990년 여름. 경기도 이천은 삭막했다. 주먹들의 난립이 잦았다. 서로 고장 출신 정치 깡패 유지광의 후예를 자처했다. 주 싸움터는 나이트클럽. 맥킨스의 주 무대였다.
음악은 조금씩 얼룩졌다. 연주 몰입부터 어려웠다.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멤버들은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 이내 김택준, 홍림을 주축으로 주먹다짐에 가세했다. 주 무기는 장작. 성인남자 팔 크기의 나무를 휘두르며 악기를 지켰다.
바랐던 꽃은 피지 않았다. 새로운 악재 탓이었다. 멤버 진오가 악기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승용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멤버들은 하늘나라로 친구를 보내고 그룹을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최영철은 막막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린 시절 남진, 나훈아를 보며 키운 가수의 꿈은 모두 끝난듯했다. 그는 미련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기타를 직접 부수고 새 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안을 일으키고 싶었다. 고향 사람들에게 성공한 모습도 보이고 싶었고.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늘은 최영철을 버리지 않았다. 공원에 버려진 신문을 읽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발견했다. 경마장 기수였다. 1등 상금만 1천 5백만 원이 넘었다. 과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내 그는 환호를 질렀다. 이 모든 것이 착각인 줄 모르는 채.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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