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가수 한 번 해보지 않을래?”
고향 선배의 가수 제안. 이내 세상은 달라 보였다. 시원하게 트였다. 살맛도 났다. 낯선 서울생활에 자신감까지 붙었다.
“‘열심히만 하면 저렇게 부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힘이 났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대한 꿈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쳤다. 육군 입대 영장이었다. 연기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
의정부 306보충대는 을씨년스러웠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눈앞에 뒀던 가수 데뷔. 한순간 날아간 꿈을 그는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담장 밖으로의 탈출을.
“입대 이틀 만에 도망을 쳤다. 가수를 향한 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거사는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다. 친구의 설득으로 자수를 택했다. 징계는 크지 않았다. 대기상태서의 탈영이었던 까닭이다.
다시 들어간 훈련소. 생활은 고달팠다. 지쳐가는 몸은 견딜 만 했다. 마음을 뒤흔드는 그리움이 문제였다. 좀처럼 꿈을 접은 아쉬움이 가라앉지 않았다.
침전은 입소 4주차가 돼서야 가능해졌다. 놀랄만한 사건이 터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저격당해 서거했다. 비상 체제에 돌입한 군. 최영철의 훈련 기간은 자연스럽게 일주일이 더 늘어났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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