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면계약, 역마진 논란 등으로 시작된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수주논란이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가 장관이 직접 나서 반박, 정면대응하면서 사태가 확전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중경 장관이 1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쟁점인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에 대해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못을 박으면서 원전, 플랜트 수출에서의 금융대출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지식경제부와 수출입은행(수은)에 따르면 국내 대형프로젝트 수주가 늘면서 수은이 턴키계약(시공,조달,운영 일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준공후 수익을 담보로한 자금대출)을 통해 대출을 승인한 실적은 작년말까지 총 34건에 100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 이후 매년 3~4건에 10억달러 안팎이던 규모가 지난해는 8건에 32억9900만달러로 연간기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대형 플랜트사업를 대거 수주하면서 지원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 정유설비, 오만 화력발전설비, 바레인 하수처리장, 멕시코 가스복합화력발전 등 4건에서 13억달러 가량을, GS건설이 이집트 정유설비수출사업과 오만의 화력발전사업 2건에서 12억달러 가량을 조달했다. 이외에 중부발전과 두산중공업은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사업에, SK건설이 싱가포르 석유화학설비 수출에 각각 2억3800만달러와 6억달러의 자금을 수은을 통해 얻었다. 이 자금은 주로 사업자들이 건설비용에 미리 사용한 뒤에 설비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을 10년에서 20년 이상 매년 일정 비율로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번 UAE원전의 경우는 185억달러의 실제 사업비 가운데 100억달러 이상을 수은이 주도한 대주단에서 구성해 국제상업은행 등을 통해 조달해 UAE에 대출해주는 것이다. 논란은 수은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보다 크고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최중경 장관은 "수은은 해외자본시장에서 2009년 82억 달러, 2010년 83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대출할 수 있다"면서 "조달금리 역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때문에 고금리로 조달해 저금리에 빌려주는 역마진은 없다"고 반박했다. 최 장관은 특히 "대형 플랜트를 수출하는 경우 수출금융대출은 국제적인 관례이며, 미국과 일본 등도 자국 수출신용기관을 통해 수출금융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수출입은행의 연불수출금융 액수가 100억달러로 크다고 하는데, 10년으로 나눠보면 큰 액수는 아니다"며 "일본은 과거 베트남 원전 수주할 때 수주금액의 100%까지 금융지원했다"고 말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원전기술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공적 수출신용기관의 중장기 수출금융 제공 없이는 국제 원전 입찰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을 뚫고 공사를 따내기 어렵다"면서 "원전 수출은 물론이고 정유 및 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의 대형 플랜트도 중장기 수출금융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수주 확률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력과 삼성물산이 작년 9월에 수주한 4억2000만달러 규모의 멕시코 노르떼 2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경우도 사업자들이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설립, 수은과 국제상업은행 등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조달키로 했다.


이 사업의 경우 스페인과 일본이 독식하던 멕시코 발전시장에 한국이 처음 진출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는 터키는 물론 원전도입을 추진하는 웬만한 나라들 모두 PF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터키의 경우 사업자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원전을 지은 뒤 여기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 빚을 갚아야 하는 조건이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은 사업의 수익성은 물론이고 건설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결정적 변수다.


한전이 발전소 자체뿐 아니라 운전 및 원료수급까지 대부분을 고정가격에 계약한 UAE와는 조건자체가 다르다. 베트남과 요르단, 인도네시아, 태국, 남아공 등 원전 도입 예상국들은 대부분 정부와 국영기업의 재정이 취약해 이런 방식을 쓸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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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신용차관, PF 제공 등 경제협력 카드를 적극 제시하면서 민간 주도에서 정부 주도로 원전사업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 역시 UAE원전 패배 이후 요르단 원전사업에 정부 차원에서 올인하면서 3월 중 최종사업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정부는 국책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올해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에 1000억원씩을 출자, 출연키로 했다. 또 씨티뱅크, BNP파리바, 도이체방크, HSBC를 비롯한 22개사 국제 금융기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비롯한 5개 국내금융기관 등 총 27개 기관이 한국기업 참여 프로젝트 금융지원 확대 협력 의향서'를 맺었으며 올해 43억달러 이상의 공동금융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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