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웹, 너무나 똑똑한 기계를 생각하다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검색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빨간색'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한다고 치자. 예전의 검색 기술이라면 단순히 검색어가 들어간 관련 정보가 제시될 뿐이다. 그러나 다가올 새로운 검색기술은 사용자가 어떤 의미의 정보를 원하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추론해 다양한 결과를 제시한다. '빨간색'으로 나오는 검색 결과를 분류해 빨간색의 상징, 빨간색이 포함된 이미지, 빨간색과 관련된 뉴스 등을 보여주고 검색어가 들어 있지 않아도 관련성이 높은 문서를 '알아서' 제공한다. 살아 있는 것처럼 영리한 검색을 가능하게 해 주는 기술, 바로 시맨틱 웹 기술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는 시맨틱 웹을 '기계가 읽고 처리할 수 있는 웹'으로 정의한다. 컴퓨터가 정보를 스스로 이해하고 논리적 추론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시맨틱 웹이다. 현재 웹은 사람만이 읽고 해석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지만, 시맨틱 웹은 웹상의 정보를 컴퓨터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로 표현해 컴퓨터가 사람처럼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지능형 웹인 셈이다. 영화 '터미네이터' 속의 터미네이터를 생각하면 쉽다. 터미네이터는 기계지만 눈에 보이는 주변 상황의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람과도 대화를 나눈다. 이런 '똑똑한 기계'는 시맨틱 웹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국내 시맨틱 웹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연구 기관이다. KISTI는 2005년 지능형 시맨틱 웹 서비스 플랫폼인 ‘온토프레임(OntoFrame)'을 개발하면서 시맨틱 웹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외 특허 80여건, 기술이전 15건 등 시맨틱 웹 기술과 관련된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세계웹표준화기구(W3C)에 최다 적용사례 등재기관으로 선정됐다. W3C는 인터넷에서 활용되는 모든 기술을 표준화하는 국제 기구로, W3C 적용사례로 등재된다는 것은 세계적 웹 서비스 성공사례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ISTI의 시맨틱 웹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표준원의 ‘국가표준정보 통합연계 검색서비스’ 도 그 좋은 예다. KISTI와 기술표준원이 지난 2008년부터 구축해 온 국가표준정보 통합연계 검색서비스는 국가 표준과 정부 각 부처의 기술규제 정보, 표준전문가, 표준화활동 등 기술표준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하나의 화면에 보여준다. 이 기술이 적용된 검색은 얼마나 편리해졌을까?
기술표준원의 이종섭 연구관은 "예전에는 사용자가 KS 표준 하나를 이해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며 "시맨틱 웹 기술을 적용하면 관련 정보를 곧바로 검색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한 규격서 안에 특정 표준이 인용돼있으면 관련 표준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반복됐는데 지금은 관련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수고를 덜었다는 것이다.
유사용어 검색도 유용하다. 이 연구관은 "'레미콘'에 관한 표준 정보를 얻으려고 검색창에 '레미콘'을 치면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원 명칭인 '레디 믹스트 콘크리트'라고 쳐야 나온다. 정확한 용어를 아는 사람이 몇 없어 이용을 꺼리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사용어 검색을 도입하면서 '뺀치', '도라이바'등 변형된 기술용어까지 전부 검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도입된 '지능형 입법지원시스템'도 KISTI의 기술이다. 지난 9월 법무부, 대법원, 검찰청 등 정부 부처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오픈한 지능형 입법지원시스템은 국내외 법률 관련 정보들의 유사성과 상관관계를 한 눈에 검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다. 법무부 조동관 연구관은 "법에 관한 국내외 동향을 기존 검색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으며, 지금 만들고자 하는 법과 유사한 해외 법률이 떤 배경에서 추진되었고 현재 어떤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지 등을 한 눈에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법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KISTI는 지난해부터 'R&D 전략 수립 지원 서비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보 이용 수준을 검색을 넘어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데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R&D 전략 수립 지원 서비스는 연구 성과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 기술을 찾아주고 사업화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연구 주체 간의 경쟁, 협력 정보를 통해 핵심 요소 기술, 경쟁 기술, 시장 진입 가능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연구를 실시하고 사업을 추진할지 검색이 대신 결정해 주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과학기술계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연구 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시맨틱 웹 시장은 향후 10년간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성원경 KISTI 정보기술연구실 실장은 "시맨틱 웹 기술이 모든 정보기술을 융합하기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시맨틱 웹기술이 유비쿼터스 환경과 접목되면 어느 분야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사회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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