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대신 '상담' 사제 간 벽 허물까
서울시교육청 성찰교실 상담사례 발표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넌 죄인이야! 말할 자격도 없어!" "우리 담임선생님 맞아요? 제 얘기도 좀 들어보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
성찰교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흥분한 담임선생님과 민정(가명)이가 들어왔다. 두 사람의 감정에 빨간 불이 켜지고 경보음이 퍼지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서울 강동고의 이민아(25) 전문상담원은 선생님께 양해를 구한 뒤 학생과 마주앉아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정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팬시점에서 충동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잘못을 저질렀다. 결국 부모님과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게 돼 성찰교실까지 끌려온 것이다.
상담원은 우선 민정이가 자신이 겪은 감정들을 얘기하도록 풀어줬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이 상담의 첫 단계다. 그리고 민정이의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느꼈던 분노, 우울, 슬픔 등을 하나씩 짚어준다. 이런 감정코칭을 통해 학생은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한 상태로 돌아온다.
이후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정이는 절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친구들과 함께 충동적으로 훔쳤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실시된 성찰교실은 '체벌'을 대체하기 위해 제안된 대안 프로그램의 하나다. 서울시내 중ㆍ고등학교 225곳에 전문상담원이 상주해 운영해왔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에서는 45일 간 성찰교실을 운영하면서 1만여건의 상담사례를 수집해 이를 상담 유형별, 학교급 별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성찰교실을 가장 많이 찾은 학생은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이었다. 상담횟수 1만692회 가운데 1480건으로 전체의 13.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진로 및 학업'(13.1%), '무단결석 및 지각(10.9%)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성찰교실을 가장 많이 찾은 학생들은 몇 학년일까? 중ㆍ고등학교 모두 1학년들의 성찰교실 상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대상자 9845명 중 41.3%인 4066명이 1학년이었다. 고교생도 전체 5273명의 55.5%인 2995명이 1학년이었다.
시교육청 방승호 장학관은 "1학년생의 상담빈도가 높은 것은 상급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내달부터 예비 중고생 가운데 학업 부적응 학생을 골라내 학생교육원 등과 연계한 문제행동 치유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월부터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중학교 200여곳의 성찰교실에 전문 상담원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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