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산운용 '깡통펀드' 받아든 까닭은?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현대자산운용이 다른운용사에서 운용을 포기한 펀드들을 양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들 펀드 가운데 일부는 수익률 반토막, 설정액은 50억원이 되지 않는 이른바 '깡통펀드'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모자회사 관계인 판매사의 압력으로 '울며 겨자먹기'식 양수가 이뤄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은 지난 1일 PCA자산운용의 'PCA일본대표기업'과 'PCA코리아인컴' 펀드를 양수했다. PCA운용에서 이들 펀드에 대한 모든 운용에 손을 떼고 향후 현대운용에서 이 펀드를 맡는다는 얘기다.
'PCA일본대표기업' 펀드는 전 클래스를 합해도 설정액이 50억원을 넘지 않는 소형펀드에 속한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펀드붐을 이뤘던 지난 2007년 3월12일 처음 설정된 이 펀드의 설정 후 약 4년간의 누적 수익률이 'PCA일본대표기업증권자투자신탁I- 1[주식]Class A'를 기준으로 7일 현재 -54.8%다. 8억8900만원 수준이었던 이 펀드의 순자산은 3억5600만원으로 쪼그라들며 '반토막'이 됐다.
게다가 이 상품은 국내외 펀드시장을 통 틀어 '미운오리 펀드'로 꼽히는 일본 펀드. 대표적인 저성장국가로 증시 회복이 요원한 일본은 장기적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펀드의 지난 3년간 평균 수익률은 -36.82%로 러시아(-38.43%)에 이어 해외 펀드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일본 펀드와 함께 양수한 'PCA코리아인컴증권모투자신탁I- 1[채권]' 역시 지난 2007년 3월12일에 설정된 설정액 8억8900만원의 초소형 펀드로 누적 수익률이 19.30%, 연 수익률은 3.38%다. 지난 1년새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34.10%에 한참 못미친다.
규모가 작아 운용사 수탁고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형펀드, 그것도 수익률 반토막으로 회사 운용 성적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이 펀드를 현대자산운용이 받아 든 까닭은 따로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바로 이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가 현대자산운용의 모회사인 현대증권이기 때문이라는 것.
원래 PCA자산운용은 규모도 작고 수익률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들 펀드를 소규모펀드 해지로 정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투자자는 물론, 이 펀드를 직접 판매한 현대증권의 반발이 심해 협의 끝에 현대자산운용으로의 양도가 결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펀드의 경우 언제 수익률이 회복될지 모르는 그야말로 '죽은펀드'인데 모자회사 관계에 의해 양도하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하고 향후 수익률 개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미 운용에 실패해 청산 절차를 밟으려던 펀드를 굳이 양도한 것은 사실상 모회사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운용사끼리의 펀드 양도 여부나 그 과정에서 법적 제한이나 관리감독은 없다"면서 "협회는 운용사 및 판매사끼리의 협의 결과에 대해 공시하는 것 이상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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