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금감원 "나일론환자 척결"
- 보험금액 누수방지 등 업무협약 체결
- 의료기관정보 공유.불법행위 공동대응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장면1. A한방병원 원장 김모(44)씨는 휴대폰 수십개를 병원에 보관하고 있다. 보험사기 단속을 위한 휴대폰 발신지 추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험가입자들에게 허위로 진료기록을 작성해 주고,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3억원 가량의 요양급여를 챙긴다. 이 병원의 간호사들은 환자의 가족, 지인들과 수시로 통화해 알리바이를 조작한다. 이곳을 통해 가짜로 입원했던 환자들은 국내 11개 보험사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금 14억원을 지급받았다.
#장면2. 부산 해운대구 B병원 원장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을 '서류상으로만' 입원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허위로 작성한 진료 기록으로 '교통사고 부재환자(이하 나일론환자)'들이 보험금을 타낼 수 있게 하면서 본인은 건강보험공단에서 2억6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곳을 통해 가짜로 입원했던 환자 200여명은 국내 11개 보험사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금 3억4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위와 같은 나일론환자들, 그리고 이들과 짜고 부당 보험금을 챙기는 의료기관을 뿌리 뽑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손을 잡았다.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적정급여 유도,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앞으로 양 기관은 부정급여를 청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또한 ▲의료비 허위ㆍ부당청구▲나일론환자 방치 등 입원환자 부실관리▲허위입원확인서 발급 등 의료기관의 불법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매월 정례 실무협의회를 열어 협조체계를 유지ㆍ발전시키는 한편 정보 및 조사기법 등을 공유해 문제 의료기관에 공동 대처할 방침이다. 또 보험금 누수를 막고 건전한 제도발전을 위해 조사연구도 함께 실시키로 했다. 특히 금감원은 현재 국토해양부와 함께 추진 중인 '민ㆍ관 합동 교통사고 부재환자 점검'에 심평원이 참여하면 나일론환자 적발 및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과 업무협약을 하기 위해 접촉해왔다. 금감원이 나일론환자를 단속하더라도, 권한 미비로 불법행위를 양산하거나 지원한 의료 기관에 대해서는 조사권과 제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ㆍ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1년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해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제85조)
박정연 심평원 급여조사실장은 "업무정지처분이 선량한 환자들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 최대 5배까지 과징금으로 부과ㆍ징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만성적인 보험사기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 교통사고 뿐 아니라 의료기관을 통한 보험사기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손보 뿐 아니라 생보업계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도 실손의료비보험 등을 출시하고 있어 보험사기 피해가 있다"며 "이번 업무제휴로 정보공유가 가능해져 보험사기 환자들과 업체를 적발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 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손해율에 민감한 손보업계도 "그간 민영보험사들끼리 적발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반겼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4개월 연속(8~11월) 80%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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