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 상진 대표 "빚 대신 받은 회사, 세계일류로 키울 것"
빚 대신 떠안은 회사가 '수출효자'
극세사 전문업체 상진, 패키지.고급화로 80개국 진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20년전 최희준씨는 미국에서 극세사(가는 실로 가공한 섬유)를 들여와 국내 판매하는 소위 '오퍼상'이었다. 사업은 작고 안정적이었다. 이대로도 괜찮다 싶던 어느 날, 거래하던 미국 생산업체가 밀린 채무를 갚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최 대표는 "그 사건이 내 삶을 바꿨다"고 회상했다.
"어쨌든 돈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보유자금이 없다는 겁니다. 별 수 없이 채무 대신 회사를 인수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그는 극세사 전문업체 상진의 최희준 대표가 된다. 1999년 일이었다.
졸지에 생산까지 겸하게 됐지만 다행히 그가 인수한 회사는 기반이 튼튼했다. 최 대표는 "오히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는 거래처를 넓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회사를 키워보자는 생각에 최 대표는 2005년 미국 법인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 전까지는 1년 중 절반 이상 미국에 머물렀다. 그는 "심신이 지치더라"며 "이왕 해볼 것이면 한국에 기반을 두고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내로 옮긴 그가 내세운 무기는 '패키지화'와 '고급화'였다. 그 전까지 극세사는 주로 안경 등 렌즈류를 닦는 데 사용됐다. 개별 판매로는 매출 증진이 어렵다고 판단, 극세사와 다양한 안경 소품을 묶어 판매하는 등 '묶음 판매'를 시도했다.
또 일반 극세사 제품과 달리 겉면에 캐릭터, 그림 등을 덧입혀 프린팅 기술을 강조했다.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극세사는 각종 박람회에서 바이어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런저런 노력을 해외에서 먼저 알아봐 주더군요. 수출국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며 경영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상진은 현재 해외 80개국에 수출 중이다. 지난해는 현재 사무실로 확장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도움이 컸다며 최 대표는 고마워했다.
"자금이 부족해 곤란을 겪던 차에 중진공 경남지역본부에서 1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돈 아니었으면 입주가 어려웠을 거예요."
상진의 지난해 매출액은 65억원. 최 대표는 "세계 최일류 극세사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만들었다. 중소기업이지만 먼 미래를 내다보고 발전하겠다는 다짐이다. 최 대표는 "성급히 먹는 밥에 체하는 법"이라며 "한 발씩 꾸준히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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