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G20] 다문화 끌어안을 '큰 품'부터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이훈원 수원고용센터장은 "경기도에선 화성시에서만 2만 개의 일자리가 남아돌지만, 염색이나 선반, 기계 프레스 가공처럼 험한 일이 대부분인데다 보수가 적고, 대중 교통 접근도 어려워 한국인들은 좀체 와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점처럼 흩뿌려져 있는 경기도 일대 공장을 돌리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바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어울려 사는 외국인이 어느덧 100만명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3D)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대개 한국인보다 적은 보수에 냉대를 받으면서 사회안전망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있는 사람들이다.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는 이들의 씁쓸한 현실을 풍자했다.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동남아 노동자 블랑카의 모습은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처럼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이웃이 크게 늘고,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꾸린 이들도 급증했지만 새 이웃을 끌어안는 우리의 품은 아직 좁아 보인다.
최근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발간한 ‘전국 다문화가정 학생 증가추이(2006~2010)를 보면, 전국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는 지난 2006년 8834명에서 2010년 3만1788명으로 5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교도 마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전체의 8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는 다문화 가정 학생의 70%는 자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익히기도 전인 초등학생들이었다.
학업 포기는 대개 학교 생활 부적응에서 비롯된다. 엄마가 외국인이라거나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라는 게 관련 단체들의 얘기다.
이민족에 대한 불신과 배타성은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을 넘어 존경받는 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이 넘어서야 할 심리적 장애물이다. 외국인 이웃과 다문화 가정을 끌어안는 일은 나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고심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수도 있다. 통계청은 최근 남북한을 통틀어 한반도의 인구가 2025년경 7500만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줄어 40년 뒤에는 7000만명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201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 등 취약 계층 지원에 힘쓰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도 "일본 등을 보면 거리에 노인들만 보인다. 고령화 문제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열린 사고를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는 올해 예산 가운데 약 900억원을 다문화가정 지원에 쓰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257억원(41%)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 재원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종전 159곳에서 200곳으로 늘리고, 방문 교육과 보육료를 지원하는 데에 쓰인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이 연계해 가족을 지원하는 사업도 확대된다. 하지만 더욱 시급한 건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이웃을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포용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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