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코스닥 상장 이후 꾸준히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공기청정기 회사인 CTC사가 조폭 개입으로 망가져 올 3월 상장이 폐지된 과정을 보면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어제 검찰 발표에 따르면 3년 전 사채업을 하던 '김제 읍내파' 두목은 기업사냥꾼과 손잡고 돈이 달리는 이 회사에 돈을 꿔준 뒤 인수했다. 이들은 빌린 사채로 주식대금을 납입한 후 다시 인출해 빚을 갚는 가장납입 수법을 사용했으며 이를 분식회계로 감췄다고 한다. 이들은 회사 돈 77억 원을 빼돌린 뒤 기업을 매각했다. 새 인수자는 주가조작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조작세력들을 '광주 콜박스파' 조직원들을 시켜 감금, 폭행했다.
또 우리가 긴장해야 할 것은 화이트컬러 범죄의 조폭 개입 사례가 수년전부터 적지 않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2004년에는 기업 인수ㆍ 합병(M&A) 과정에서 기업사냥꾼으로부터 수 억 원을 갈취한 '양은이파' 부두목과 회사 돈을 횡령한 '서방파' 부두목 2명이 구속됐다. 2006년에는 주식투자 손실금을 물어내라며 주가조작 전문가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벌교파' 두목 등 2명도 붙잡혔다.
이들은 빙산의 일각이며 지금 어디에선가 서구 마피아와 같은 조직이 본격 암약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능 범죄의 경우 피해가 넓고 액수가 큰 게 문제다. CTC사 투자자들만 해도 600여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정부는 새로운 조직 범죄와의 전쟁을 본격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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