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1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에서 "'위기 이후 경제 금융 환경'은 국제경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금융 산업에 관한 규제·감독 등 제어능력의 균형회복을 추구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강연 후 Q&A.
- 기준금리는 제약조건이 없는 상태와 과거 및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했을 때 달라질 수 있다. 이번 달까지는 의사결정이 됐으니 이제 11월까지를 역사적인 자산으로 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흔히들 정책 변수를 움직일 때 방향에만 너무 집중하고 수준에 관한 논의는 잘 다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실제 정책 담당자들은 두 가지를 항상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 수준과 부합한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을 합쳐서 3으로 나누면 3이 안되는 숫자가 나온다. 내년에는 4%대로 보고 있다는데, 핵심물가의 움직임이 어떤지를 파악한 후 통화정책 관련자들이 고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물가는 올해 중에 최고점을 지났거나 지날 것으로 본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자산가격에 미칠 영향은.
-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늘이고 줄이는 것이 경제 상황에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자산 가격이 양적환화정책 때문에 불붙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본격적으로 돈이 돌기 시작할 때 중앙은행이 적절하게 타이밍을 맞춰 거둬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 4.1% 기록한 이후 금리 올렸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과거의 경험을 보면 GDP 갭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 이후 6개월이 지나면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라, 하는 것이 경험치다. 실무적인 참고 요소가 될 수 있는 것.
물가라는 것이 매우 복잡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 변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시기가 적절했느냐 평가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핵심 물가는 아직 2% 근처에 있는 걸로 안다.
전체 물가 4%가 핵심물가 2% 쪽으로 궤적을 그릴 것인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는 따져볼 수 있겠다. 여러 가지 요소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리 동결하면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물가를 포기했다는 식의 코멘트를 했다(임파서블 트리니티(Impossible Trinity)). 이에 대한 생각은.
- 통화정책 판단은 한 번 하고 마는 것 아니다. 임파서블 트리니티는 당시 발표 시점에서의 배경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물가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뭐냐 이것을 계속해서 모색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 환율안정이 통화정책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와는 또 다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비중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년 주식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 주가와 환율은 아무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주식투자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큰 흐름에 휩쓸리게 되면 자기가 있는 위치를 잊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도 얼마 간다, 얼마 간다는 말이 많았지만 현재의 흐름에 맞게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상황이 다른데 최근 1~2년간 예상 외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것이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장기 저금리 기조가 신흥국들의 저금리를 부추긴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는지.
- 미국은 워낙 큰 규모로 풀어놨기 때문에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이것이 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생각보다는 오래갈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어느 정도로 위험하고, 해법은 무엇일지.
- 2년 전 작은 모임에서 '한국경제의 골칫거리'를 묻길래 가계부채라고 대답했다. 만성적으로 한국경제를 누르는 짐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다. 이것이 폭발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큰 문제로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만성병'이므로 결코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이같은 짐을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가 경제에 큰 힘이 돼 주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채가 과중하게 되면 금리 인상에 대한 여론이 민감하게 된다. 일본의 부채수준이 매우 높지만 계속해서 금리가 낮았지 때문에 문제가 안됐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를 건강한 경제라고 볼 수 있을까.
폭발을 걱정하지는 않지만 단지 우려할 부분이라면 우리는 금리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G20 이후 환율전쟁이 잦아들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달러중심의 세계 통화질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까.
- 환율은 워낙 긴밀하게 연결돼있어 전면적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작은 마찰과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작은 마찰은 상당기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서로에게 상처를 줄 만큼은 아닐 것이다. 상대방을 치면 나도 다칠 만큼 복잡하게 얽힌 구조라는 것을 서로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달러화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은 사실이나 달러화를 대체할만한 통화가 나오기까지는 아직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 통화가 급속히 부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통화가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자랑일 수 있으나 평생 부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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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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