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 이해영 감독 "변태 감독이 만든 변태 영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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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영화 '페스티발'은 독특한 영화다. 장르 분류상 섹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색즉시공' 같은 영화는 아니다. '화장실 코미디'가 없어서는 아니다. 남성적인 시각의 소비적인 시각과는 다른 시점 때문이다.


영화 '페스티발' 개봉 직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이해영 감독과 만났다. '초능력자'와 '소셜 네트워크'에 밀리는 성적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려 한다"며 "개봉 전까지는 우울했는데 막상 개봉하고 나니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보다 발전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봉 초 관객수는 기대치의 평가입니다. 부끄러워서 예매를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개봉할 때쯤 되는 저 자신을 다시 보게 됐어요.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성취한 것과 성취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 것이죠.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저 자신이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말처럼 '페스티발'은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관객 평점이 모두 8점이 넘었으니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의 말대로 "심야관객이 늘어나면" 흥행 성적도 탄력을 받을지 모른다.

"무대인사를 상영 전에 하는 것과 상영 후에 하는 게 반응이 다르더군요. 상영 전에 '변태감독이 만든 변태 영화인데 엄지원의 벗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아요."


'페스티발'은 겉보기엔 점잖지만 각자 독특한 성적 판타지를 갖고 있는 한 동네 일곱 주민의 이야기를 그린다. 성기 크기에 집착하는 남자와 가학과 피학(SM)을 즐기는 커플 등 다양한 성적 취향의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흔히 '변태'라 불리는 독특한 성적 취향에 일부 관객들은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다수의 취향을 수용하려고 스펙트럼을 넓혀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는데 그것이 이 영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지점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어떤 관객은 '변태지수'가 너무 세다고 하고, 또 다른 관객은 더 나가지 그랬냐고 말합니다. 특히 SM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갈리더군요. 반은 울고 반은 얼어붙어요."


영화 '페스티발' 중 한 장면.

영화 '페스티발'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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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은 "취향에 맞는냐보다 다양한 취향의 존재 자체를 알고 있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성에 대해 보수적"이라면서 "이 영화를 무거운 영화로 소비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보니 그 역시 영화 속 취향의 주인공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을 연달아 찍었으니 그런 질문을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는 "직접적으로 닮진 않았지만 호기심이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곱 가지를 체로 썰어 담은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페스티발'의 단초를 처음 떠올렸던 것은 '천하장사 마돈나' 끝낸 직후였다. 명절 때 셔터 내려진 상점가를 운전하고 가다 '셔터 안에서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천하장사 마돈나' 끝내고 바로 '페스티발'을 하는 건 좀 위험해 보였어요. 비슷한 범주의 영화니까요. 그러던 차에 '29년' 연출을 제안받아 준비를 하게 됐죠. 그런데 촬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제작이 중단돼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 나다운 영화를 한 편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야 치유가 될 것 같았어요. '페스티발'은 정말 제가 죽도록 찍고 싶었던 영화입니다. 내겐 구원의 이름과도 같았던 작품입니다. 결과적으로 치유가 됐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흥행을 떠나 제겐 예쁘고 고마운 영화입니다."


이해영 감독은 '페스티발'을 통해 거창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변태는 변태답게 변태로서 살자는 것이 메시지라면 메시지"라고 말했다. '나 변태야, 라고 말하는 순간 자유로워지는 게 있다'는 것이다.


이해영 감독은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친 바 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함께 연출했던 이해준 감독과 '신라의 달밤'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이 그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글재주가 뛰어난 감독이라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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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두 영화 모두 캐릭터에서 출발해 캐릭터로 끝나는 작품이어서 이제는 캐릭터가 아닌 플롯이 먼저 있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재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이 빚어낼 세 번째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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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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