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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역발상] '공정'에 대한 외국기업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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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김희정, 
미국변호사</b>

김희정,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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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사회'가 화두다. 이 '공정(fairness)'이라는 개념은 내가 유학하던 시절 미국에서 눈뜬 것이어서 애착이 간다.

이 익숙한 개념은 한국에 돌아와 직장생활 대부분을 사회부적응자로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고 믿었다. 상하간 공정하고 평등한 관계에 익숙한 내게 권위적인 조직체계가 영 떨떠름했던 것이다.
그러나 자리를 옮긴 외국기업 한 곳은 나를 매우 애국적으로 만드는 원인제공을 했다. 내가 경험한 각종 건설현장 또는 회사 생활, 예상치 못했던 협상 현장 등을 거치면서다. 때로는 상법에 무지한 분들이 싱가포르에서 협상을 지도하며 발생한 웃지 못할 '위기의 경험'도 포함돼 있다. 믿기 어려운 외국기업의 몰상식은 또 어떤가!

내가 몸담았던 기업은 'EPC 업체'를 상대로 각종 기계 장비류를 생산, 제공, 판매하는 곳이었다. EPC업체란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플랜트 설비의 설계(Engineering)와 구매(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을 함께하는 기업들이다. '서플라이어(Supplyer)'로 불리는 이 기업의 대표는 외국기업답게 외국 분이어서 한국기업과 외국기업에서 두루 근무한 나로서는 매우 선호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나는 상사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영어로 할 때 훨씬 뛰어나다. 이는 영어의 유창함 때문이 아니라 영어는 쉽게 말해 위아래가 구분이 모호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게 요구했던 것은 세일즈 조직에 대한 교육과 구매자에게 외국기업의 선진된 가이드라인을 납득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이 업무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그들의 판단은 일견 옳았다. 그러나 그들은 오해가 많았다. 일단 한국의 대표 EPC 기업들이 고객사들인데 이들에 대해 융통성이 없고 세일즈 조직도 형편없다는 투였다. 즉, 그들의 가이드 라인을 이해하고 상대업체(구매자)에게 납득시키기에 너무나 무지한 데다 오직 세일즈 그 자체 밖에 모른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일단 그 말을 수용하고 일을 받아들였다. 또 결과적으로 수백억원대의 성과를 올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물론 대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액수지만 이 외국기업에서 흔한 것은 아니었다.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이고 여러 부문(Division)이 있었으나 각 디비전 별로 100억원 이상 가는 프로젝트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한국 세일즈맨들은 결코 무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각적으로 상도를 깨치고 있었고, EPC 업체 중 열군데 중 여덟군데는 매우 선진적인 계약서를 제시했다. 선진적이라 함은 서로 '공정(fair)'한 것을 말한다. 물론 서로에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위험부담(risk management)면에서 조금이라도 덜 부담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교묘하게 감추어져 있어서, 그런 경우 내 활약이 필요했을 뿐이다. 나머지의 나의 시간과 노력의 대부분은, 외국인 CEO에 대한 교육과 싱가포르에 있는 법률 전문가들의 오해어린 참견을 막는데 쓰여졌다.

변호사는 건설 현장에서 'fairness'를 추구한다. 건설과 fairness,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리스크에 대한 공정한 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거래(deal)를 성사시킬 수 없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법률부문 참견이 왜 '딜 브레이커(deal breaker)'가 되었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의 '힐러리의 역발상'이 다룰 소재다. 많은 독자들의 격려와 참여 부탁드린다.

힐러리 앤드 톰슨 파트너스 대표(hjthomp@hotmail.com)

*김희정 씨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1년간 인턴생활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굴지의 L그룹에 이어 외국계 기업의 법률 전문가로서 활동해오다 최근 '힐러리 앤트 톰슨 파트너스'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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