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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알앤엘바이오와 확률의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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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와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지 않은 치료제와 그 치료제를 원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가. 알앤엘바이오 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핵심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신약은 임상시험이란 검증단계를 거치게 되며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치료비는 무료다. 신약후보는 상품이 아니므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며, 신약의 상품화 비용은 개발업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클 수 있는 '가능성의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희귀난치병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은 낙타바늘 통과처럼 어렵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돌지만 '무료시술'이 이루어지는 묘한 시장인 셈이다. 그리고 이 틈새를 이용해 돈벌이를 고안한 회사가 알앤엘바이오다.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치료제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미완성 신약'이다. 하지만 획기적 웰빙효과,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홍보문구는 환자들로 하여금 큰돈을 들여서라도 외국서 시술을 받게끔 유혹한다. 벌써 8000명이 국내법을 피해 해외로 나갔다고 한다.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은 자신의 줄기세포치료제가 비록 '허가 이전'의 것이라 해도 그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불법만 아니라면 해외에서라도 치료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선의의 목적이라 치더라도 라 회장이 고안한 사업구조는 신약, 신의료기술이 일반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공식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다.

반면 알앤엘바이오는 환자들을 해외 의료기관에 보내는 '알선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오로지 환자가 원해서 한 일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좀 솔직해지자.

알앤엘바이오가 가진 기본적 수익모델은 '줄기세포 보관료'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 말대로 보관을 결정한 고객이 해외시술을 원한다면 최소한의 '안내'는 해준다는 설명, 그리고 보관비용에는 그런 '차후의 안내비'를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 하루가 멀다 하고 체결되는 해외병원과의 협력관계 구축 보도자료는 앞선 반박에 대한 자기모순일 뿐이다.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전성과 효능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될 것이다. 그 과정이 적합하게 진행되는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감시할 것이다. 임상시험 결과 이 치료제는 라 회장의 믿음대로 획기적일 수도 혹은 불행히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시점을 기다리지 못하고 환자의 수요에 의학적 확률을 끼워 맞춘 다소 성급한 돈벌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될 필요가 있다.

보건당국도 의학단체도,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 제약회사들도 이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불법이든 아니든 최소한 국내에선 무허가 의약품을 우리 국민이 자신의 몸에 주입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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