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복도 난간에 기대고 선 할머니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이고, 어서 와요."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낯선 방문객을 오래 기다렸다는 듯 홀가분한 모습이다. 집을 찾아온다는 말을 전해들은 직후부터 문 밖 기다림이 시작됐을지 모른다.


찾아들어간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영구임대주택단지 12평 짜리 집. 김종선 할머니(가명)의 유일무이한 보금자리다. 80세인 할머니 홀로 기거하기에 낯선 손님도 반가웠을까 싶다. 지저분할 것이란 선입견은 현관문부터 싹 바뀌었다.

할머니의 정결한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있다. 방바닥이며 벽지며 오래된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입주한지 16년이나 됐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자리에 앉아 말을 꺼내자마자 6.25 전쟁 시절을 떠올리며 왈칵 눈물을 쏟는다. 총부리에 겁이 질리고 고단한 생활고에 지쳐 생겨난 수전증이 애처롭게 한다. "집이 마음에 드세요?" 말을 꺼내자마자 "발 뻗을 자리가 있어 더할나위 없다"고 털어놓으면서 또 한숨이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데다 월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다달이 돈을 내기가 어려워. 그러니 쫒아내지 않을까 걱정돼 어젯밤에도 밤잠을 제대로 못잤어." 행여나 줄줄이 입주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성화에 이곳에서 쫒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방바닥이 썰렁하다.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냉방생활이 익숙하다며 할머니는 쓸쓸히 웃는다.


공공임대주택 부족에 따른 저소득 계층의 주거불안이 크다. 분당의 강혜선 영구임대주택단지 관리사무소 과장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있더라도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는 등 장성한 경우 바로 수급대상에서 탈락하게 된다"며 "저소득층이 불안에 떨지 않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임대주택이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다양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해왔다. 40년동안 역사가 쌓이는 동안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69만1225가구에 이를 정도가 됐다. 임대주택은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건설임대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매입임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자체 등이 기존 주택이나 부도임대주택, 재건축, 미분양주택 등을 매입, 임대해주는 주택이다. 전세임대 역시 LH와 지자체가 기존주택 등을 임대해주는 유형이다. 건설임대는 영구임대와 50년 공공임대, 국민임대, 5년임대, 10년임대, 분납임대 등이다.


그럼에도 임대주택은 충분치 않다. 이에 정부는 임대주택 재고를 12%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2018년까지 80만가구의 장기 공공임대를 더 지어 OECD 평균 11.5%나 EU 평균 13%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건설할 임대주택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인 계층이 입주하는 국민임대주택이 절반을 차지한다.


김영한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장은 "영구임대주택 10만가구, 국민임대주택 40만가구, 장기전세 10만가구, 10년임대와 분납형 임대 20만가구 등을 공급해 임대주택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H도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따라 임대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H 임대공급운영처 관계자는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대기수요자만 6만명에 달한다"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주택건설 속도를 내야 할 입장"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아파트에 입주한 임대주택 수요자들의 만족도나 높아 이를 충족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 공동주택에는 편의시설과 사회복지관 등 편리한 생활환경이 가능한 조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같은 자격조건으로 다가구를 매입한 전세임대에 입주하기 보다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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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존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입주자들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난다. 외롭게 사는 김 할머니의 경우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안식처여서 애지중지 쓸고 닦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같은 아파트단지 14평에 사는 이미영씨(가명) 역시 영구임대주택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며 임대주택 예찬론을 편다. 이 씨는 남편과 자녀 3명을 둔 경우다. 다섯명의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지만 "정말 살기 좋다"고 말한다. 활달한 성격에 단지내 '마당발'로 통하며 커뮤니티 형성을 주도하는 이 씨는 단지관리와 자율방범 등에도 앞장선다. 이 씨는 "너나 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단지 가꾸기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분양전환된 인근 단지에서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


소민호 기자 s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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