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극히 드문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드라이버의 재능을 타고났는지, 드라이버로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다면 일단 F1 드라이버로 가는 첫 단계, 고-카트로 트랙을 달려보아야 한다.
철제 프레임과 바퀴 네 개, 스티어링 휠, 엔진, 머플러 등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는 카트는 겉으로는 허술해 보일지 모르지만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고 체감 속도가 높은 편이어서 레이싱에 처음으로 입문하는 사람은 필수적으로 거쳐 가야 할 단계다.
2010년 현재 F1 그랑프리에 출전 중인 24명의 선수 중 레이싱을 카트에서 시작하지 않은 드라이버는 르노 F1의 비탈리 페트로프(2001년 러시안 라다 컵으로 데뷔)뿐이다. 은퇴한 지 3년 만에 복귀한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는 틈틈이 카트 레이싱으로 감각을 유지했고, 지난해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사고를 당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던 페라리 드라이버 펠리페 마사 역시 레이싱 무대로 복귀하기 전에 카트로 신체 컨디션을 점검하고 감각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카트를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는 ‘돈’ 때문이다. 카트는 일반적인 자동차에 비해 간단한 부품들로 이뤄져 있으며, 타이어 등의 소모품도 자동차 경주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물론 프레임과 엔진, 타이어 등을 모두 포함한 레이싱 카트 한 대의 가격은 800~1200만원에 이르지만, 이후 전개될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에서 소모되는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비용이다.
레이싱 드라이버가 갖추어야 할 경주차 세팅 관련 의견조율이나 팀 활동, 레이싱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 스포츠맨십 등도 이 단계에서 모두 익힐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카트를 통해 어린 나이에 레이싱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카트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한 제한연령은 8세로 일반 레이싱 카트보다 작은 주니어 카트로 출전할 수 있다. 헬멧과 레이싱 수트, 장갑, 목 보호대 등을 철저하게 착용하므로 부상 위험도 적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레이싱에 입문하고 감각을 익히면 이후 드라이버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8~9세에 카트에 입문하면 7~8년의 성장기를 거쳐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힌 후 16세부터 포뮬러 레이스에 진출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가 드라이버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셈이다.
카트 드라이버로 레이스를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가까운 카트 트랙에서 레저 카트를 타보기 바란다. 시속30~40km 속도로 느린 편이지만 시트가 지면과 가까이 붙어 있어서 속도감은 두 배 이상이며, 스티어링 휠 조작감 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 레이싱 카트를 타기 위해서는 각 트랙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트랙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하며, 직접 구입하지 않더라도 트랙에서 임대해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트랙에는 카트 레이싱팀이 상주하고 있다. 팀에 입단하면 카트 구입부터 대회 출전, 카트 정비 등이 해결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가 공인하는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이 개최되며, 실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협회로부터 정식으로 카트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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