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확전… 다급해진 日 '한국 물어뜯기'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확전(擴戰) 양상이 뚜렷한 세계 환율전쟁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1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사이 10원 이상 급락(
전일대비 10.80원↓, 1120.70원)하는가 하면, 일본 정부가 극히 이례적으로 한·중 정부에 환시 개입 중단을 요구해 파문이 일었다. 당초 대응을 자제하던 우리 정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장 이 달 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다음 달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딴죽거는 이웃을 견제하면서 환율 문제를 적절히 중재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하루 전 벌어진 역내 환율 설전은 일본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작정한듯 한국과 중국의 외환정책을 성토했다.
간 총리는 세계 각 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데 나서고 있다며 "특정국이 자기 나라의 통화 가치만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것은 G20의 협력 정신에 어긋난다. 한국과 중국도 공통의 룰 속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다 재무상 역시 "한국은 원화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고, 중국도 지난 6월 외환제도 개선을 통해 위안화의 유연화 노선을 택했으나 걸음은 지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하게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관례상 공식 석상에서 특정국을 지목해 환율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일본은 지난 9월 치솟는 엔화 환율을 잡기 위해 약 2조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한 터라 일본 정부의 훈계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건 외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모면용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의미다. 한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일본 정부는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단행한 대규모 공개 시장 개입으로도 엔화 강세를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안으로는 수출기업들의 거센 반발, 밖으로는 환율 조작에 따른 비판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안팎의 공세에 꺼내든 카드가 '한국 물어뜯기'였다는 얘기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일본 정부가 대규모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가 지속되자 정책 실패에 따른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한국을 걸고 넘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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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김익주 국제금융국장이 일본 재무성 국제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력한 항의 의사를 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았지만, 문제는 일본이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이 G20 의장국이라는 점을 함께 걸고 넘어졌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도 일본의 딴죽걸기를 부추긴 요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열지만, G20에 가리워 사실상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여기에 한국이 룰세터(rull-setter·규칙을 정하는 자)그룹에 들어가자 일본이 아시아 대표선수 자리를 내줄까 불편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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