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회 이후 통화전쟁, 어떻게 전개될까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환율 문제에 대한 국제공조가 무산됨에 따라 G4(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의 다음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달까지 환율 문제에 대한 국제적 긴장 상태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이지만 G4 누구도 확실한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합의는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IMF·WB가 총회 시작부터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지만 발표문(22차 IMFC 코뮈니케)에는 ‘위안화’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이에 따라 공은 이번달 21~23일 경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다음달 11~12일 개최되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로 넘어갔다.
◆ 美, 위안화 압박 수위 높일까? = 다음달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선거 주요 공략으로 ‘수출 진작 및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미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25~40% 낮게 유지해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딱히 없어 보인다. 지난달 29일 미국 하원은 ‘환율조작 제재법’을 통과시키며 중국을 정조준했지만 상원 표결은 중간선거 이후로 미뤄졌고 통과가 힘들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보복조치로 미국 경제가 되레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중국 상무부는 환율조작 제재법이 하원을 통과하자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최고 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은 곳곳에서 관찰된다. 지난달 중국 국영 자동차회사 상하이자동차(SAIC)가 제너럴모터스(GM)의 기업공개(IPO)에 참여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에서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GM과 같은 주요 기업이 미국에 적대적일 수 있는 중국에 소유돼서는 안된다는 것.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모든 투자자들이 GM 주식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
◆ 中, 화해 제스쳐 취할까? = 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환율을 역대 최저치인 6.6830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달러는 9월 한달 동안에만 9번이나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최대 월 절상폭(17.4%)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실행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절상폭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위안화는 약 3% 절상됐는데, 중국 수출업체들의 마진율이 3~5%인 것으로 볼 때 절상 속도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지난 아셈회의 개막연설에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없다”고 강조했고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역시 IMF-WB 연차총회에서 “위안화 환율은 충격 요법이 아닌 점진적인 속도로 절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 日, 당분간 환시 개입 자제할 듯 = 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81.73엔까지 떨어지며 1995년4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는 지난 5일 기준금리를 4년3개월만에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국채 및 회사채, 기업 어음(CP),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 다양한 금융 자산을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엔달러는 추가완화책이 발표된 지 하루만에 82엔대, 다음날에는 81엔대까지 곤두박질했다. 1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는 81.39까지 추가 하락했다.
이렇듯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최소한 G20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는 일본 정부의 추가 환시 개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양적완화책에 대한 EU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이가라시 후미히코 일본 재무성 차관을 통해 “타 국가들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엔화 가치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익을 위한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 ‘양적완환 반대’ EU의 선택은? = 최근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EU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환율의 급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일본에 이어 미국마저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로달러 환율이 1.40달러대까지 치솟았기 때문.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유로달러가 향후 12개월 안에 1.55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만약 다음달 2~3일 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책을 내놓을 경우 위안화 절상을 위해 한배를 탔던 EU-미국의 공조 체제에 틈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U는 현재 물가상승과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추가 부양책보다 출구전략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양적완화 추세가 강화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계속해서 절상될 경우 수출 경쟁력 감소로 인해 경제 회복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EU가 전세계의 추세에 따라 추가 양적완화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영란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는 지난 7월 “현재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서 추가 양적완화책을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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